아이가 고민했던 다이어트 흔적들

2008. 4. 3. 14:47세상 사는 이야기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의 묵은 짐을 정리하다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 뭉치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비만이었고 중3 겨울방학 까지도 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던 아이였는데......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날마다 영랑호수를 돌더니 지금은 그리 뚱뚱해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음식을 절제하고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아이가 비만이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겨울방학이었다. 방학 때 마다 할머니가 오시곤 했는데 오시면 늘 맛있는 반찬과 간식을 해주셨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다 보니 활동량이 적은 겨울 짧은 시간에 살이 통통하게 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일은 아이의 식욕이 왕성해졌다는 것이다. 입이 짧아 밥도 잘 안 먹던 녀석이 한 번 입맛이 당기니 늘 입에 무언가 물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했다.
그런 식탐은 길을 걸어 갈 때에도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아도 그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심지어는 남이 흘린 통닭까지 줏어먹는 경우도 있었다.
딱히 손 쓸 사이도 없이 살이 찌니 정작 불편해 하는 것은 아이였다. 길을 걸을 때나 학교에서 달리기 할 때 너무나 고통스러워 했었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다이어트를 도와주지 못하고 잔소리만 하게 되었다.
살찌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하고 식단도 야채 위주로 바꿨지만 식탐을 고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었다.
억지로라도 걷게 하거나 운동을 시키는 방법 밖에는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때가 되면 다 키로 가고 살도 빠진다 걱정하지 말아라"
"너도 예전에 살이 통통했었는데 중학교 때 쏙빠지더라"
어머니의 말씀이 조금의 위로는 되었지만 아이의 몸을 볼 때 마다 답답했었다.
그런 생각이 그동안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아이는 고민이 없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일기장을 뒤적이면서 이놈도 그동안 살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구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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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당사자 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이 어디있을까.
보기 않좋다는 것만으로 그동안 아이에게 온갖 구박과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육중한 몸을 7~8년간 달고 살았으니 다리에도 엄청 무리가 갔을테고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든다.중학교 때 85kg 까지 올라갔던 몸무게가 지금은 75kg으로 줄였으니 참 대견하기도 하다.....잔소리 하지 않아도 이젠 스스로 조절하고 있으니 점점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는 욕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꾸준한 운동과 음식을 조절할 때 가장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이의 해묵은 일기를 보면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