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덕분에 주식과 담배를 끊었습니다

2008. 4. 3. 07:11세상 사는 이야기

벌써 4~5년 되었는지 싶다.주식에서 손을 끊은 지가.......아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두 가지가 바로 담배 끊은 것과 주식을 끊은 것이라고 했다.
학원 사업에 실패하고 마땅히 할만한 일을 찾지 못하고 있던 나는 아는 선배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주식을 하게 되면서부터 생활패턴이 뒤바뀌기 시작했다.장이 시작하고 끝날 때 까지 집에 앉아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동안 쌓이는 것은 담배꽁초요 남는 것은 스트레스 뿐이었다.그나마 열정적으로 공부한  덕인지 수익률이 괜찮았고 .각종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유명한 사람의 동영상 강의나 많은 증권 서적을 읽고 있던 중에 모 포털 싸이트를 통해 동호회를 알게 되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인줄도 모른 채 쥐꼬리만한 지식으로 날마다 토론방에 모여 토론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동호회 시샵이 30분 정도 토론방에 참석하고 나간 뒤 부시샵이 시샵을 홍보하며 이번 주간 수익률이 몇%로 인데 곧 특별한 기술을 전수 한다며 동호회에 참석을 권유하였다. 나는 대박 종목을 참석하는 사람에 한하여 비밀리에 가르쳐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가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때 당시 기억으로는 아마 화장지 회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시샵이라는 사람이 관리종목인데 남들이 모르는 좋은 호재가 있어 지금 조금씩 오르고 있으니 여력이 되는 대로 계속 사 놓으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시샵 주변에 바람잡이들이 참 많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는 그들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 종목을 사기 시작하였다.정말 일주일 동안 가파르게 계속 상승했다. 상한가는 없었지만 꾸준하게 양봉을 만들어 나가는데 시샵은 지금 팔면 후회한다면서 회원들에게 더 살 것을 요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회원4~50명이 팔지 않고 꾸준히 사니 거래량이 많지 않던 종목이라 조금씩 올라갔던 것이고 시샵이 알고있는 다름 세력이 연관되어 있어 목표하는 선까지 끌고 올라 간듯 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시샵과 부시샵 그리고 회원들의 투자 금액과 성향을 면밀히 파악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만 끌고 간다는 말로 충성심을 발휘하지 않으면 좋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그때 시샵의 마수에 걸린 사람들은 아마도 1억이상 투자자 중에서 까칠하지 않고 맹목적인 사람들 이었는데 그중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물론 그때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주 동안 조금씩 분할매도를 하라'는 문자 메세지가 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세력의 일원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고 그 종목으로 30%정도의 수익 올렸다. 단기간에 올린 수익으로 마음이 들뜬 나는 다음에 어떤 종목을 추천할지 기다리고 있는데 메일이 왔다. 다음 종목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고 상승폭도 엄청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려면 가급적 자금이 튼튼해야 한다며 투자금액을 최대한 높이라고 했다.
어차피 단기투자니 한 달간 보험대출과 적금 대출을 받았다가 다시 넣어둘 요량으로
최대한 받았다.이른바 총알을 준비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1억 5천을 준비하고 배팅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추천 종목이 메일로 왔다. 자세한 종목 설명과 함께......
 그 종목은 수산물 회사였는데 겨울과 봄 사이에 호재성 뉴스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이었다.그래프를 보니 움직임이 없던 종목이 조금씩 기지개를 피는 중이었다.
(사실은 이미 이전에 시샵과 작전들은 이미 이 종목을 선취매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2월 부터 조금씩 움직이던 종목은 중국,베트남 캄보디아,태국 등지에서 조류독감 인풀루엔자 환자가 발생하고 또 사망자가 생겼다는 소식으로 첫 상한가를 친 바로 다음날도 상한가로 마감을 했다.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데 메일이 왔다 내일 급등락을 하다 음봉으로 마감하면 장마감 무렵에 매수를 하라는 것이었다.
어찌그리도 잘 아는지 정말 말그대로 다음날 음봉이 나오고 착실하게 매수를 했다.
정말 말그대로 조정을 하는 듯하던 주가는 꾸준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장주는 세력이 만든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었다. 주식수도 많지 않은 것을 회원들이 사고 팔지를 않으니 하락하지 않고 있다가 뉴스에 조류독감 관련 뉴스만 나오면 미친듯이 널을 뛰었다.거기에 한국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되었다는 말에 계속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광우병에 구제역에 당장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데 뉴스성 호재에 작전세력이 개입해서 4월까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내가 매수한 주식수를 시삽이 알고 있어 계속 믿고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저점대비 2배 오르던 주가가 어느 순간 긴 장대음봉을 그리며 하한가에 처박혔다.그런데 조정하다 상승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이날 세력과 시삽이 다 판것으로 생각됨) 주춤주춤 거리면서 흘러내리던 주가는 내가 매입한 단가 아래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죽은 불알처럼 축 늘어져 버렸다.
동호회는 폐쇄되고 시삽은 패거리들과 함께 잠적해 검찰에 추적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지만 잡혔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 투자금액의 3분의 1만 남기고 나는 손을 털었다.분하고 억울했지만 내가 어리숙하고 맹해서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
그리고 아내에게 약속을 하였다.다시는 주식에 손대지 않기로.... 그리고 담배도 함께 끊기로 했다.
지금도 나는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고 이제 일상이 편하다. 다만 그때의 손실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말고는.........
문득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소식과 그와 관련된 종목들이 급등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한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