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독서(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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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관촌수필 줄거리 읽기
나는 성묘를 위해 근년 들어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모처럼 만에 찾아든 고향은 옛 모습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나는 비애감에 젖는다. 그 중에서도 맨 먼저 가슴을 후려친 것은 왕소나무가 사라져 버린 사실이었다. 왕소나무가 서 있던 거리엔 외양간만 한 슬레이트 지붕의 구멍가게 굴뚝만이 꼴불견으로 뻗질러 서 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살았던 옛집의 추레한 주제꼴은 한결 더 가슴이 미어지는 비감을 더해 주면서, 내가 어느덧 실향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게 한다. 나는 먼저 할아버지 산소부터 성묘를 한다.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은 나는 순간적으로 지팡이에 굽은 허리를 의지한 할아버지가 당신의 헛묘(가분묘)를 굽어보고 서 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내가 태어났을 ..
2009.06.17 -
황석영의 작품세계
1962년 “입석부근”으로 등단. 70년대 초반, “객지”, “삼포 가는 길”, “돼지꿈”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산업 사회의 민중 현실을 체험의 언어로 형상화해 낸 황석영의 등장은 곧 70년대 민중 문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가 작품으로 보여준 민중 현실은 그 속에서 시대의 모순이 첨예하게 녹아 있는 것이었고 그것을 통해 그의 문학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거울로서 리얼리즘 문학의 전범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리얼리즘은 민중 현실을 그릴 때에도 어떤 도식에 빠지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 결핍에 시선을 드리움으로써 삶의 비극적 서정을 놓치지 않았다. 민중사의 거대한 흐름을 현재적 문제 의식에서 찾아 들어간 기념비적 대작 “장길산”을 비롯, 월남전의 본질을 해부한 “무기의 그늘”까지 그의 문학은 ..
2009.06.17 -
소설 '백치 아다다'에서 백치는 아이큐가 얼마?
계용묵의 단편소설 중에 '백치 아다다'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1935년에 발표한 것으로 백치이자 벙어리인 ‘아다다’란 인물을 통해 물질사회의 불합리를 지적한 것으로 백치라는 육체적 조건과 돈의 횡포로 인해 비극적 생을 마쳐야 했던 한 여성의 아픔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아다다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이 돈으로 인해 어떻게 타락하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그런데 백치 아다다를 읽을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소설 작품 속 백치로 나오는 아다다는 IQ가 얼마나 될까? 여기에 대한 근거를 찾다 우연히 17년전 교사실무수첩에 나온 내용에 백치에 대한 IQ가 나오는 것을 찾았다. 교사실무수첩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다다의 IQ는 25 이하라고 보아야한다. 1981년 새한신문사에서 발행된 교사실무수첩....교사가..
2008.07.04 -
행복한 이솝우화
행복한 이솝우화 이동호 나는 책이다. 508호 집이 이사갈 때 온갖 잡지와 함께 쓰레기로 버려졌지만 108호 집 사내의 눈에 띄어 혼자 살아 남은 이솝우화다 사내의 딸은 여덟 살 아빠가 주워온 줄도 모르고 이야기 속에 푹 빠졌다 여우가 지나가고 늑대가 지나가고 토끼가 잠든 사이 거북이 지나가고 아이의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난 동물들이 아이의 가슴에 집을 짓는다 그냥 쓰레기로 버려질 내 안의 것들이 아이의 꿈으로 되살아나는 나는 행복한 이솝우화다
2008.05.26 -
김수영 시 '김일성 만세'세상 밖으로 나오다
6월 16이면 작고 40주기를 맞는 풀의 시인 김수영(1921~68) 시인의 미발표 시 15편과 일기 등 산문 30여 편이 새로 발굴됐다고 한다. 이 시들은 오는 17일 발간 예정인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실릴 예정인데 이번에 공개된 시들 가운데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1960년에 쓴 〈'金日成萬歲'〉다 . 이시는 풍자시 이지만 제목이 당시로써는 발표될 수 없는 금기어라 묻혀있다가 이번에 공개된 것이라고 하는데 김수영 시인은 시 '김일성 만세’를 인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언론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그 전문을 보면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2008.05.10 -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줄거리 읽기
대명(大明) 가정연간(嘉靖年間) 금릉 순천부에 유현(劉炫)이라는 명환이 있었다. 늦게야 일자를 낳고 연수라 이름하였다. 유공의 부인 최씨는 연수를 낳아 놓고 자라는 것도 보지 못하고 졸하였다. 연수의 나이 10세에 이르매 문장재화(文章才華)가 대성하여 향시(鄕試)에 장원급제하고, 15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다. 그는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으나 연소(年少)하므로, 10년을 더 수학하고 나서 출사(出仕)하겠다고 천자에게 상소하였다. 천자는 특별히 본직(本職)을 띠고 6년 동안의 여가를 준다. 유한림(劉翰林)은 섭덕(涉德)과 재학(才學)을 겸비한 사씨와 결혼하였다. 금실이 좋았으나 사씨는 유씨 가문에 들어온 지 9년이 되어도 출산을 못한다. 사씨는 후일 조상의 향화(香火)를 받들지 못할까 근심한 ..
2008.02.26 -
독 짓는 늙은이(황순원) 줄거리 읽기
독 짓는 송 영감은 늙은 몸에 병까지 깊었다. 그런데 아내는 조수와 눈이 맞아 어린 아들 당손이를 남겨 둔 채 도망쳤다. 송 영감은 조수가 지어 놓은 독을 보자, 끓어오르는 심사에 당장 떼려부수고 싶었지만 그걸 팔아야 부자(父子)가 연명할 수 있기에 참는다. 그리고 한 가마를 채워 구우려고 일어나 독을 짓기 시작한다. 손놀림이 예전처럼 잘 되지 않고 신열 때문에 짓다가 쓰러지고, 쓰러지면 또다시 일어나 짓고 하는 동안 배고픈 어린 아들은 옆에서 칭얼댄다. 어느 날, 이들 부자(父子)를 따뜻하게 돌보아 주던 앵두나뭇집 방물장수 할머니가 찾아와서 마땅한 집이 나섰으니 당손이를 그 집에 보내자고 권유한다. 송 영감은 버럭 화를 내면서 가마에 독을 넣어 불질을 한다. 며칠 불길을 지켜보던 중 마지막 단계에서 독..
2008.02.26 -
채만식의 '논 이야기' 줄거리 읽기
일본인들이 토지와 그 밖의 모든 재산을 두고 쫒겨 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생원은 우쭐해졌다. "거 보슈 송 생원. 인전들 내 생각나시지?"한 생원은 허연 탑석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대 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믈흐믈 웃는다. 일본인에게 땅을 팔고 남의 땅을 빌려 근근히 살아오던 한 생원은 일 본인들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일본인이 쫒겨 가면 땅을 다시 찾게 된다고 큰소리를 쳐왔던 터였다. 한일합방 이전에 고을 원에게 강제로 아홈 마지기의 땅을 빼앗기고, 남은 일곱 마지기마저 술과 노름, 그리고 살림하느라 진 빚 대신에일본인에게 팔아 넘길 수밖에 없었던 한 생원에게 땅을 도로 찾게 될 거라는 기대는 큰 기쁨이었다. 일본인들..
2008.02.26 -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조세희) 줄거리 읽기
숙부를 은강그룹의 회장으로 착각한 공원의 칼에 맞아 숙부는 죽었다. 사촌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나(은강그룹 경영주 아들 경훈)와 함께 법정에 참석한다. 범인은 은강방직 기사로 일하던 난쟁이 가족 큰아들이었다. 사람이 죽은 엄연한 사실을 갖고 변호인 측은 은강 그룹 회장이 노동자의 억압의 중심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죽여야 했다는, 부정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투사적 논리까지 펴나간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등장한 손가락이 여덟 개뿐이 없는 지섭은 난쟁이의 큰아들은 이상을 펴려다 고생을 했으며 지금도 난쟁이 큰아들과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집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논리를 편다. 마음 약한 사촌은 그들의 논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나에게 설명한..
2008.02.26 -
금시조(이문열) 줄거리 읽기
사군자 중에서 석담이 특히 득의해하던 것은 대나무와 매화였다. 그런데 그 대나무와 매화가 한일합방을 경계로 이상한 변화를 일으켰다. 대원군도 신동(神童)의 그림으로 감탄했다는 석담의 대나무와 매화는 원래 잎과 꽃이 무성하고 힘차게 뻗은 것이었으나 그때부터 점차 시들고 메마르고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후년으로 갈수록 심해 노년의 것은 대 한 줄기에 잎파리 세 개, 매화 한 등걸에 꽃 다섯 송이가 넘지 않았다. 고죽에게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대나무의 잎을 따고 매화의 꽃을 훑어 버리십니까?" 이제는 고죽도 장년이 되어 석담선생이 전처럼 괴퍅을 부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 고죽이 그렇게 물었다. "망국(亡國)의 대나무가 무슨 흥으로 그 잎이 무성하며, 부끄럽게 살아남은 유신(遺臣..
2008.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