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척추수술 절대 서두르지 마라

2008. 1. 16. 22:29편리한 생활정보

디스크 등 척추수술 절대 서둘지 마라



이춘성 교수는 “아프리카엔 허릿병 환자가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척추 전문의가 적어 치료를 받는 환자도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또 미국 동부보다 서부 지역 디스크 수술 건수가 두 배 정도 많은 이유는 서부의 척추 전문의가 동부보다 두배 정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국내 의료계 모든 분야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독 척추 전문병원만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현상을 이 교수는 그래서 경계한다. 그들이 치료받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환자로 둔갑시켜 마구 수술할 것이란 우려다. 그는 “MRI 등 검사 결과 척추뼈나 추간판(디스크) 등에 이상이 발견됐다고 덥석 수술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허릿병 수술을 할 땐 척추 사진 보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증상이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요통 때문에 병원에 온 환자의 척추 사진에서 디스크 변성증(말랑말랑한 젤리같은 디스크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 필름에서 검고 납작하게 보이는 것)이나 디스크 탈출증이 발견되면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가 많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 수술을 결정해선 안된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디스크 변성증은 40대 40%, 50대 50% 정도에게서 발견되는 흔한 현상이며, 디스크 탈출증도 안정을 취하며 약물·물리치료를 받으면 75~80%는 낫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척추 사진에서 척추뼈에 금이 가는 ‘척추 분리증’이나, 척추뼈의 일부가 어긋나 있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 발견된 경우라도 환자가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전방 전위증이 있어도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단련시키면 큰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허리 근육을 단련시켜도 금이 간 뼈가 붙거나 어긋난 척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법은 없다. 절반 이상이 병이 악화돼 언젠가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어짜피 수술 받아야 한다면 빨리 받아서 완치시키는 게 낫다”고 주장하지만, 이 교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침·뜸·추나요법 등 각종 대체요법과 ‘요통벨트’ 등 보조기 치료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추나요법 등이 일부 환자에겐 효과가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경우에 따라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있거나, 대체요법을 받느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허리가 아프다고 벨트 형태의 보조기를 오랫동안 차고 다니면 허리를 움직일 수 없어 장기적으로 허리의 근육이 더 약화되고, 그 때문에 요통이 더 심해지므로, 허리 보조기는 수술 직전이나 직후 가급적 짧은 기간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한편 청소년의 척추가 좌우로 휘는 척추 측만증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급할 게 없으므로, 섣불리 치료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학교 검진이 확대되면서 청소년의 10~20%가 척추 측만증이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의사, 보조기 상인, 학교가 함께 척추 검진을 한 뒤 학생들에게 보조기 치료를 권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척추의 뒤틀린 각도가 25도 이상인 경우에만 보조기 치료가 필요하며, 25도 이상인 경우 검진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되므로 검진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이 교수는 10~20%가 척추 측만증이란 조사결과도 잘못됐다고 설명한다. 청소년 척추 측만증 발병률은 2% 정도며, 나머지는 8~18%는 측만증이 아닌 일시적 자세의 변형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잘못된 의학정보나 상술(商術)에 따라 불필요한 보조기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며 “온몸을 옥죄는 보조기 치료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엄청난 육체적·심리적 압박을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