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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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비가 내릴 듯하늘이 흐렸다마음이 깊은 심연 속으로천천히 가라앉을 때어디선가 햇살 한 줄가볍게 걸려들었다그 햇살로조용히 옷을 짓는다비는 내리지만옷은 젖지 않는다생각이 그런 것이다젖을 수도 있고젖지 않을 수도 있다비가 내리는 이 순간,모든 것이 흐르고눈물도, 웃음도함께 어우러져나는 다시 일어난다그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2007.12.03 -
웃음
웃음웃음이 아름다운사람이 있었습니다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그 사람을 바라보면마음이 가볍고 즐겁습니다고향을 떠난 지 몇십 년어느덧 이순의 강을 지나고향에서 문득 그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벌써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얼굴에 온통 주름투성이였지만웃는 모습은 여전히 한결 같았습니다주름진 얼굴 위의 웃음은왜 늙지 않는 걸까곰곰이 생각해보니그건 얼굴로 보여지는 웃음이 아니라마음으로 웃는 웃음 때문이었지요사람들이 모두 할머니처럼마음으로 웃을 수 있다면세상이 얼마나 행복할까그런 상상만으로도참 유쾌한 하루입니다
2007.12.03 -
해바라기
해바라기짝사랑을 해본사람은 안다한여름 볕이왜 저토록 뜨거운가를제 가슴이 시커멓게타는 줄도 모르고오직 한 곳을 바라보는나도 저 해바라기처럼오직 그대만 바라보는꽃이고 싶다
2007.12.03 -
매미
매미천 날을 땅 속에서속울음 삼키며,설움 끝에 닿은햇살을 타고지상으로 오르는 소리꾼.맴, 맴, 맴.드디어 터져 나온혼의 소리,마침내 득음이다.
2007.12.03 -
자유
자유 이동호 두 해 동안 기르던 새를 날려 보냈다 남아있는 빈 집에 바람이 왔다가고 아침 햇살이 머물다 갔다 새가 날아간 뒤 새보다 자유로운 건 새가 아닌 새의 집이었다
2007.12.03 -
가장 아름다운 그림
가장 아름다운 그림 이동호어머니는 이름 없는 화가였다 하지만 나는 집안 어디에서도 붓이나 물감을 볼 수 없어어머니가 화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모심는 날 새참을 이고 논두렁을 걷고 감자꽃 흐드러진 고랑 사이를 오가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호미질 하고 늦은 밤 호롱불 아래 침침한 눈으로 내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 잠시도 쉴틈없으시던 어머니는 언제 내 가슴 벽에 저토록 생생한 그림을 그려 놓으셨을까 지금도 어머니 그리운 날에는 살아 생전 평생 마음으로 그린가장 아름다운 그림 한 폭내 가슴 벽에서 꿈틀거리곤 한다
2007.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