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그림
2007. 12. 3. 08:17ㆍ마음의 양식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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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그림
이동호
어머니는 이름 없는 화가였다
하지만 나는 집안 어디에서도
붓이나 물감을 볼 수 없어
어머니가 화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심는 날 새참을 이고 논두렁을 걷고
감자꽃 흐드러진 고랑 사이를 오가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호미질 하고
늦은 밤 호롱불 아래 침침한 눈으로
내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
잠시도 쉴틈없으시던 어머니는
언제 내 가슴 벽에 저토록
생생한 그림을 그려 놓으셨을까
지금도 어머니 그리운 날에는
살아 생전 평생 마음으로 그린
가장 아름다운 그림 한 폭
내 가슴 벽에서 꿈틀거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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