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대
이동호
가을에는 그대 마음 속에서
서걱이는 바람소리로 눕고 싶다
오랜 기다림으로
마지막 눈물 한 방울 마저 가을 햇살에 내어주고
가만히 몸을 흔드는 저 들녘의 갈대처럼
나를 비움으로써 더 가벼워지도록
나를 버림으로써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가을에는 그대 마음 속에 숨어
지는 노을로 편지를 쓰고 싶다
모든 것을 다 주었으므로
더 이상은 기다림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은 그리움이라는 이유로
당신을 구속하지 않겠노라고
그리하여 다시 오는 가을에는
그대가 떠나는 길목에서
하얗게 부서진 웃음이 되어
마음 편히 그대를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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