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선정 2007년 10대뉴스 (국제)

2007. 12. 24. 19:48사진 속 세상풍경

국제 유가 고공행진… 100달러 시대 임박  

11월 23일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가격이 배럴당 98.1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 초 60달러(WTI 기준) 안팎에 머물던 유가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능력 저하와 신흥공업국들 원유 수요 증가, 투기 등의 원인으로 연중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아직 90달러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라 거액의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산유국들은 세계경제의 ‘큰손’으로 떠올랐고, 반면 석유 수입국들은 에너지난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 세계 금융위기로 
올해 전 세계 경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주택버블(거품)이 꺼지자 주택압류와 금융기관 도산이 속출했고,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몰아 닥쳤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부실채권 부담에 시달린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아시아계 자본에 손을 벌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세력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미 주택경기의 하락세가 2009년까지 이어진다는 관측이 많아 내년에도 ‘서브프라임 유령’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 막자” 행동 나선 지구촌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전 세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온난화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감축 방안으로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붐이 일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대체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리기로 했고, 미국은 2017년까지 석유 소비를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12월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총회는 2013년부터 전 세계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시키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푸틴 리더십과 강한 러시아의 부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푸틴은 80%가 넘는 국내 지지도를 기반으로 이란 핵 및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배치 문제 등을 놓고 미국에 강력히 맞섰다.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더불어 천연가스 가격 인상은 유럽을 불안에 떨게 했다.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과 러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은 강한 러시아의 부활로 이어졌다. 푸틴이 재임한 지난 7년간 러시아는 연 평균 6.5% 이상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3위의 외환 보유국으로 뛰어올랐다.



중국 경제·군사·우주 부문도 급성장  
올해 중국 경제가 13년 만의 최고치인 11.5% 성장하면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독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또 자국 인공위성을 정확히 격추하고, 달 탐사선 ‘창어(嫦娥)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군사·우주 분야의 차이나 파워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산 동물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완구와 타이어 등에 대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이어지면서 중국제품 불신이 확산됐다.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對中) 적자 해소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거듭 요구했지만, 중국은 거부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아직 ‘봄’은 오지않고…  
군사 정부가 45년간 집권해 온 미얀마에서 지난 9월 승려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의 유가인상에 항의하던 승려들을 향해 군부가 발포한 것이 발단이었다. 시위대가 10만명이 넘자 군부는 최루탄과 총을 앞세워 시위대를 진압했다. 미얀마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10여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인권단체들은 13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집권을 계속하고 있다. ‘양곤(미얀마 최대도시)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33명 사망 
4월 16일 미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 공대에서 이 학교의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 32명의 목숨을 빼앗고 자살했다. 이 사건은 미국은 물론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으며, 이민 1.5세대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정신 이상증세가 있었던 조승희는 자살 직전 남긴 편지에서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미국 사회는 이 문제를 인종문제가 아니라 한 정신병 환자의 총기 난사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한국은 이 문제를 한국사회 일부의 문제로 인식,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이란 핵갈등 새국면으로  
작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재개로 촉발된 서방과 이란 간 ‘핵 신경전’의 판세가 뒤집혔다. 그간 이란의 핵개발 의도를 핵폭탄 제조로 확신한 미국 등은 유엔을 움직여 강력한 이란 제재안을 두 차례 통과시켰으나 이란이 이에 반발함으로써 페르시아만은 전운(戰雲)에 휩싸였다. 하지만 12월 3일 공개된 미국의 국가정보평가보고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2003년 이후 중단됐다’고 공개, 미국의 이란 정책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 입장에서, 이라크는 안정이 돼가는 반면 이란 핵 문제는 갈수록 꼬이고 있다.



북핵문제 풀기 위한 ‘2·13 합의’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 핵 시설을 불능화하면 그 보상으로 100만t의 중유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6자회담 ‘2·13 합의’가 마련됐다. 이후 북한의 김계관 부상(副相)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Hill) 차관보가 양국을 교차 방문하고, 6자회담을 교착시켰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동결 문제도 해결됐다. 그러나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단계의 핵심사안인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를 머뭇거리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관련된 증거가 일부 알려지면서 북핵 문제는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佛 사르코지 대통령의 과감한 우파 개혁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국내에선 “일 더 하고 돈 더 벌자”는 구호를 내세워 공공부문·연금·교육 등 사회전반에 걸쳐 ‘프랑스병(病)’의 과감한 척결에 나섰고, 개혁에 반발하는 노조의 파업에 정면으로 맞서 개혁의 원칙을 관철시켰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을 사랑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중국·알제리 등에서 실리 외교로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10월에 이혼한 뒤 수퍼모델과의 염문설을 뿌리며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