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아는 시골 목재소 사장님의 작품들...

2009. 5. 26. 08:55사진 속 세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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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과음한 탓에 머리가 띵해서 오전내내 골골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가 중요한 일 때문에 갑자기 강원도 고성군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거진읍으로 향했다.화진포 호수 근처에 있는 해양박물관에서 친구를 만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점심식사를 하고 또 친구는 부랴부랴 떠났다.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쁜지 만나서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힘든 친구다. 친구가 떠나고 난 후 화진포에서 좌측으로 새로난 해안길을 따라 돌아가니 시원한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명태축제가 열리는 거진항을 지나 시내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다.나무를 잔뜩 쌓아놓은 목재소 같은데 예사롭지 않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아주 오래된 요강서 부터 LP판 까지 아주 오래 된 물건들이 나무 사이에 숨어 있었고 수많은 돌과 나무들이 시선을 끌었다.


자석에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낡은 주전자에서 부터 깡통과 장승을 닮은 나무 조각과 돌과 화초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집안을 둘러싸고 있고 오른쪽에는 목재로 쓰일 나무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마치 옛날 다방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마침 이선희의 '인연'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물건이 하도 많아서 대충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찬찬히 뜯어보니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린 정말 멋진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이가 70쯤 되어 보이는 듯한 목재소 사장님은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했다.


옹이를 이용한 나무 장승인데 돌을 끼어 만든 코주부 아저씨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돌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백년이 넘은 죽은 나무 뿌리 위에 백년이 넘은 분재가 놓여 있습니다. 30년전에 분재 전시회에 나온 것을 사서 지금껏 키우고 있다고 한다.


"보기가 참 거시기 하네요..." 하자 웃으시며 "뭐가 우스워요"한다. 음부목이라 불리는 것인데 가장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가운데 중자를 나타난 문양석도 눈에 띄었고 월하석등 수많은 수석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것보다 수석에 무척이나 조예가 깊었고 예전에 일본에도 수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센스라고 해야할까?.....키포인트는 솔잎이란다......눈을 가진 남근과 솔잎 음모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의 돌하루방을 닮은 듯한 작품에 안경과 모자를 씌워 놓으니 아주 잘 어울린다. 예술적 센스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면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리는 양남근목.....어머어머 하면서 만지고 가는 사람이 많다나 어쩐다나......


북한의 금강산에서 왔다는 모녀상......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멋진 작품인데 이 돌을 앞으로 뒤짚어 놓으면 영락없는 거북상이라고 한다.


이중섭의 작품 속에 나오는 까마귀를 닮은 조각....어머니를 생각하며 쌓아놓은 돌탑 위에 놓여있는 새의 형상인데 자연스런 나무의 굴곡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대문 입구에 떡 버티고 서있는 남근석.....지나가던 사람이 300만원에 사겠다고 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장님.....들어오는 것은 있어도 나가는 것은 없다는 아저씨.....더 이상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 더 큰 공간을 찾고 있다고 했다.


돌과 나무가 아주 잘 어울린다. 목재소 사장님은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시골 구석이지만 자신만의 세상에서 멋진 작품들을 만들고 수집하는 별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라는 자부심 하나 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열정을 갖고 있다는 목재소 사장님....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더 많았는데 집앞에서 포즈를 취해보라고 하니 극구 사양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찍는데 뭐 어때요" 하니 "그럼 그럴까" 한다.
마당에 제멋대로 쌓인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다음에 오면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며 지나는 길 있으면 언제든 들러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사장님......목재소 사장님 보다 예술가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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