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웃집에 우편함이 두 개인 이유,,,,,

2009. 6. 8. 10:35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 주 토요일 현충일 날입니다. 모교의 동문회 체육대회 때문에 고향에 가게 되었습니다. 모교로 가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 뵙고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체육대회가 끝나고 장기자랑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늦은 인사를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동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각 동문회 기수별로 따로 저녁식사와 모임을 따로 갖기로 했고 친구들은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동창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나는 혼자 계시는 아버지와 저녁식사를 하고 가마 약속을 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다슬기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을 사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단둘이 식사를 했습니다. 쌉싸름하면서 된장과 부추의 맛이 잘 어울어진 다슬기 해장국은 아버지가 즐겨드시는 음식중에 하나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이웃집 대문에 있는 우편함에서 새 한마리가 포르르 날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웃집 형님집은 우편함이 하나였었는데 오늘보니 문의 양쪽에 우편함이 달려 있습니다. 왜 우편함을 양쪽에 달아놓았을까?......이런 궁금증은 가까이 가 보고 난 후 바로 풀렸습니다.


바로 그동안 쓰고 있던 우편함에 새가 집을 지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형님은 행여 우체부가 모르고 우편물을 집어넣어 새집이 잘못될까 친절하게 "새가 집을 지었으니 옆통에다 넣어 주세요"라는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새가 날아간 우편함을 살며시 들여다 보았습니다.그랬더니 우편함 속에는 푸른 빛이 도는 알들이 7개가 놓여있었습니다.정말 정교하게 잘 지은 새집 안에서 알들이 잘 자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어떤 녀석이 대범하게 우편함에다 집을 짓고 알을 낳은 것일까......안쪽에 숨어서 잠시 기다려 보았습니다. 그러자 한참 후에 건너편 집 지붕 위에 아까 날아간 새가 다시 날아왔습니다. 새의 배와 꼬리가 황색빛이 도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딱새인듯 합니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다시 우편함으로 날아드는 딱새 한 마리 .... 흥부네 집으로 찾아들었던 제비처럼 이 딱새도 착한 이웃집 형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곳 우편함에 둥지를 틀은 듯 합니다.
앞으로 7개의 알이 부화되어 어미와 함께 무사히 집을 떠났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