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에 목을 맨 허수아비 왜그런가 했더니...

2009. 6. 9. 16:52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속초시 국민은행 연수원을 따라서 시내로 걷다보면 진한 밤꽃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해가 뜨지 않고 우중충한 날에는 밤꽃향기가 아래로 깔려 더욱 진동합니다. 이곳은 전체가 밤나무 단지로  머지 않아 이곳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목을 맨 허수아비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밤 아들이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라이트를 켠 자동차가 지나갈 때 밤나무에 목을 맨채 흔들리는 허수아비 때문에 식겁했다는 아들.......도대체 어떤 허수아비길래 목을 맨 허수아비라고 하는 것일까?.......



며칠 뒤 은행을 다녀오는 길에 길 옆에 차를 세우고 밤나무 숲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인도를 따라 늘어선 밤나무에는 아들이 얘기하던 허수아비가 보였는데 모두 한결 같이 한복을 입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 마다 흔들거렸습니다.


정말 밤에 혼자 이길을 걸어가다 갑자기 불빛에 비친 허수아비를 보면 놀랄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위 아래로 흔들릴 때 마다 허수아비도 따라서 춤을 추었습니다.


밤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분홍색 한복 밤에 귀신 소리라도 들리면 정말 혼비백산 할듯 합니다.


도대체 누굴까요...이렇게 한복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은 사람이 ......그동안 보아왔던 허수아비와는 다르게 밤나무에 목을 맨채 흔들려 새들보다 오히려 밤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밤나무 숲속에서 뎅뎅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워~이 워~이 하면서 세수대야를 나무로 두드리는 할머니.....알고 봤더니 밤나무 아래 심어놓은 콩을 새들이 모두 쪼아먹어 한복 입은 허수아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들이 영악해서 잘 속지 않아 이렇게 돌아다니며 새를 쫓는다고 합니다. 허수아비가 모두 목을 매고 있네요 하니...."응, 바람에 흔들리면 새들이 놀라서 달아날 것 같아서..."라며 웃는 할머니....그렇지만 한동안은 새들보다 사람들이 더 무서워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