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석 길냥이 누구를 기다리나 했더니.....

2009. 5. 23. 08:39사진 속 세상풍경

아침이면 늘 아들의 등교길을 동행하고 돌아올 때는 영랑호에서 아침 운동을 하거나 이곳 저곳 풍경을 돌아보곤 합니다. 특히나 5월은 꽃들이 만개해 기분도 상쾌하고 꽃향기에 취할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요즘은 어디를 가나 아카시아향이 참 좋습니다.어제도 영랑호 에서 조약돌을 만든 지압코너에 발지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로가 아닌 후미진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예전에 할미꽃이 무더기로 피었던 담벼락을 다시 보기 위해 들어선 길이었습니다.
차를 몰고 좁은 골목길을 내려서려고 할 때 나를 멈춰 세운 것은 다름아닌 넝쿨장미였습니다.
  

대문 위로 넝쿨진 장미꽃을 보려고 차를 세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장미꽃이 만개했습니다. 어느 곳을 가나 꽃을 쉽게 볼 수 있는 5월....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넝쿨 장미를 보다가 담벼락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아침 햇살을 쬐고 있는 것인지 미동도 않고 앉아있는 고양이는 사람이 다가가도 꿈쩍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오월 햇살을 쬐고 있으려니 생각하며 조금더 다가가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영 귀찮다는듯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배가 상당히 불러 보이고 움직이지 않아서 임신한 고양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집의 문이 덜컥 열리며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습니다.


아주머니가 들고 나온 것은 고등어조림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침식사 때문이었습니다.아주머니는 이곳에서 7~8년을 고양이를 돌보았다고 합니다.


이 고양이는 할머니 고양이라고 합니다. 요즘 또 새끼를 낳았는데 이젠 기력이 쇠해 뛰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 고양이를 돌본지 오래 되었지만 요즘처럼 안쓰러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녀석인줄로만 알았는데 아주머니가 '이리 와' '이리 와' 부르니 두 마리의 고양이가 또 나타났습니다. 한 녀석은 지붕 위에서 불쑥 나타나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다쳤는지 내려오는 것을 머뭇거리다 결국 뛰어내렸습니다. 이 고양이는 할머니 고양이의 손주들이라고 합니다.
태어난 지 4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보다 훌쩍 커버린 손주들....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고양이가 모두 깨끗한 이유는 아주머니가 늘 이 고양이를 돌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키워보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털알레르기가 심해서 결국 집안에는 들이지 못하고 집밖에서 돌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늘 사료를 사다 놓고 먹이를 주거나 가끔 고기도 사다 먹인다는 아주머니....고등어의 뼈를 발라주는 세심함을 보니 고양이 사랑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미꽃 아래서 포즈를 취한 고양이......꽃과 고양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습니다. 집으로 가려고 돌아서는데 아주머니가 "약 5일 정도 있으면 할머니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데리고 나타날 거예요, 그때 새끼 고양이 구경 오세요.." 합니다.
아침에 만난 고양이와 아주머니의 밝은 표정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