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 강풍에 쓰러진 고목

2009. 5. 19. 09:56사진 속 세상풍경

어제 영동지방에는 강풍경보가 내린 가운데 하루종일 세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서울에 다녀오면서 운전하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였는데 영동지방은 다른 곳 보다 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고 합니다. 늦게 도착해 잠에 떨어진 다음날 아이의 등교를 도와주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강풍이 지나간 흔적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동해 삼척 강릉 양양지역 곳곳에서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심지어 떨어진 간판에 다쳐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고 하우스가 통채로 뒤집어졌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속초 지역도 이에 못지 않았는데 그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백년이 넘은 고목이 쓰러진 것이었습니다. 그깟 나무 한 그루 쓰러진 것을 갖고 무슨 호들갑이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속초의 흉물중에 흉물인 청초호 인근의 짓다만 오피스텔 구멍이 숭숭 뚫렸던 천들이 이번 강풍에 뜯기며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동우대를 지나 척산온천으로 향하는 곳에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오른쪽에 두 팔로 감싸도 자라가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가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청초호 인근에 있는 백년이 넘은 미루나무입니다. 높이가 50여미터는 넘는 아름드리 나무가 넘어지면서 인근 집과 밭을 덮쳤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가지를 톱으로 잘라 치웠는데 나무가 쓰러지기 20분 전에 밭에서 일을 했다는 아저씨는 정말 큰일날 뻔 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철근을 뚫었습니다. 당시에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곳은 그동안 40년이 넘게 군부대가 점유하고 있다 이번에 시에서 매입을 하고 이곳에 강변도로와 주차장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꾸미기로 한 곳이라고 합니다.


시에서 매입을 마치고 곧 철거하기로 한 건물 담벼락이 나무가 쓰러지면 허물어버렸습니다. 굳게 닫혀있던 이곳을 고목이 쓰러지면서 미리 개방을 해놓은 듯 벽돌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밑면이 완전히 드러난 뿌리에는 수많은 잔뿌리들이 수액을 빨아올리다 한순간에 봉변을 당했습니다. 건물과 담 사이에서 뿌리를 제대로 뻗지 못하다 결국 강풍에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이제 곧 담과 건물이 철거되면 이곳에 쉼터가 들어서고 시민들에게 편안함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는 아저씨....


고목이 쓰러지면서 바로 옆의 은행나무 두 그루를 덮쳤습니다.


엿가락처럼 휜 철근과 부러진 은행나무의 모습이 안쓰러움을 더합니다.


청초호 주변에서 가장 큰 고목이 이제 곧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모두 기뻐했었는데 철거되는 군부대와 운명을 같이한 고목나무가 너무나 아깝다며 나무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