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찜질방에서의 1박

2009. 4. 30. 09:07세상 사는 이야기

며칠 전에 아들이 다쳐 경기도에 있는 모 병원에 다녀왔다.
체육대회를 준비한다며 밤에 동기들과 축구를 하다 발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었다.
의사에게 아들의 상태를 듣고 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오른쪽 발목의 바깥부분 복쌍뼈가 부러졌는데
2주정도 경과를 보며 자연적으로 붙기를 기다려 보고 그 후 수술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병실에서
발이 퉁퉁 부운 녀석을 보니 마음이 너무나 안쓰러웠는데 대학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이 병원은 개인병원이었지만 입원한 환자들이 많았다.
아들이 입원한 곳은 환자가 여섯명이 입원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현재 5명이 입원중이었다.
목발을 짚고 다닐 수는 있지만 당분간 학교를 다니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슈퍼에 들러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학교에도 들러 입원확인서를 제출하고 나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병원에서 가장 큰 애로점은 보호자가 함께 있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면회시간도 오전 9시에서 11시 까지였는데 면회시간 보다 보호자가 함께 있을 조건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아들과 함께 11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병원을 나와 찜질방으로 갔다.
병원 건너편에 꽤나 시설이 큰 듯한 찜질방이 눈에 띄었다. 가운값이 포함된 가격으로 8천원을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목욕탕이 무척 넓었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두 사람이 반신욕을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찜질방으로 내려갔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보기에는 정말 근사한 찜질방이었다.소금방,황토방,게르마늄방,등 다양한 찜질방과 휴게공간 그리고 토굴방까지....먼저 황토방에 들어가니 금새 얼굴이 달아 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탕탕 소리와 함께 구르륵구르륵 하는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혼자 황토방에 있으려니 겁이 날 정도였는데 아마도 나무로 가려놓은 열관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할 수 없이 소금방으로 옮겼는데 이곳도 황토방과 똑같은 굉음이 들렸다.이즉 많은 곳의 찜질방을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두려운 적은 없었다. 갑자기 관이 터져 폭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그냥 나와 버렸다.


그리고 PC방에 들러 잠시 메일을 확인하고 난 후에 한적한 곳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가 들렸지만 피곤함에 금새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다시 눈을 떴다.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옥으로 된 대리석 바닥에 온기라고는 느껴볼 수가 없었고 건물 양쪽이 모두 창문이라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베개를 들고 바닥이 따뜻한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그 넓은 공간에 불이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자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나마 몇 사람들이 모여 자는 곳으로 가 보니 그곳은 황토방과 찜질방 게르마늄방 등 찜질방으로 통하는 관이 있는 곳이었는데 약간의 온기가 느껴졌다.
할 수 없이 그곳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쿠르릉 쿠르릉 하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곳이 보일러실 바로 옆이라서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찜질방에서 목욕탕으로 올라왔다. 탈의실 이곳저곳을 다녀보니 바닥이 따뜻한 곳이 있었다. 그곳에 스폰지 베개를 놓고 잠을 청했다. 짧았지만 단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이제껏 수많은 곳의 찜질방을 다녀 봤지만 이런 찜질방은 처음이었다. 다른 곳은 코를 고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이곳은 코를 고는 사람들 이외에 추위와 기계의 소음까지 심해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평일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린 손님들이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키를 반납하며 카운터에 있는 사람에게 "바닥에는 원래 보일러가 없나요?....차가워서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하니 "저는 잘 모르겠어요.."한다. 다른 것을 물어봐도 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밖으로 나왔다. 찜질방에 갔다오면 몸이 늘 개운했는데 이날은 너무나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했다.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