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궁여지책 호소문

2009. 4. 26. 15:03세상 사는 이야기

며칠 전에 늦은 아내의 출근을 돕기 위해 문을 나섰습니다. 날이 제법 쌀쌀한 듯하여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다가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누군가 버린 듯한 가구에 흰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중에 하나인데 저렇게 종이를 붙여놓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늘 방송을 통해서 몰래 버린 사람은 경비실로 연락해달라고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방송도 하지 않고 종이를 붙여 놓은 듯했습니다. 늘 아침이면 몰래버린 쓰레기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 정리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경비아저씨는 모두 나이가 60~70대 노인분들입니다.
아침 일찍 아수라장이된 박스와 쓰레기 정리하고 나면 출근길 교통지도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또 봄이라 틈나는 대로 화단정리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치워도 다음날 아침이면 또 몰래 버린 쓰레기가 하나 가득하다고 합니다.


누군가 밤새 몰래 내다 놓은 듯한 가구가 보이고 그 곳에 흰종이가 붙어 있습니다.요즘 같은 이사철이면 이사 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가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런 경우는 누군지 연락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종종 쓰레기 수거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몰래 버리고 가는 경우에는 참 난감하다고 합니다.


가까이 가 보니 옛날 가구입니다. 진품은 아니고 모조품을 사서 쓰다가 버린 듯합니다.


방송을 해도 별 효과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경비 아저씨가 친필로 써서 붙인 듯했는데 아마도 버린 사람에게 지나가다 보고 자수하라는 듯 보였습니다.하지만 이곳은 cctv가 설치 되어 있지 않은 곳입니다. 아마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받으라는 의미에서 써놓은 듯합니다.


경비 아저씨가 써놓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목이 부러진 기타를 종량제 봉투도 아닌 검은 봉지와 흰 봉지에 담아서 버린 곳에도 어김없이 흰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복사한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쓴 종이에는 자수하여 광명찾으세요....안그러면 cctv로 확인할 것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습니다.
날마다 숨바꼭질 하듯 되풀이 되는 쓰레기와의 전쟁.....날마다 경비 아저씨가 뿔이 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