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의 국산콩두부와 아내의 잔소리

2009. 4. 21. 14:10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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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가기 겁난다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도 무섭지만 한번 올라간 가격이 내려오는 것을 보기 힘든 까닭도 있겠지요. 시장에 가도 어느 것 하나 선뜻 손이 가는 것이 없습니다. 거기에 원산지를 속이거나 넣지 말아야할 재료를 넣은 불량 식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환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던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환율이 100원이상 떨어졌는데도 그대로 요지부동 한 손에 7천원입니다. 예전에 4~5천원 할 때만 해도 아이들 반찬으로 자주 식탁에 오르곤 했는데 7천원으로 오른 뒤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와 두부 때문에 설전을 벌였습니다. 먹는 것 갖고 치사하게 설전을 벌이느냐고 말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요즘 정말 가격 때문에 티격태격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아침에 반찬이 마땅치 않으니 두부 좀 사다달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마트에서 두부를 사오면서 부터였습니다.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공교롭게도 동네에서 만드는 봉지 두부가 모두 떨어졌다고 합니다. 봉지 두부는 한 모에 천 이백원 하는데 요즘 가장 만만한 반찬이지만 이것도 8백원에서 4백원이 오른 가격입니다.두부가 모두 떨어졌다고 하니 평소에 사지 않던 부침개용 포장 두부를 하나와 무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무 하나에 천원에 두부가 1950원이라고 합니다. 봉지 두부의 반 밖에 안되는 것이 가격은 거의 두 배라니....주인의 말로는 국산콩으로 만들어서 가격이 비싸다고 합니다. 아니 그래도 반모 밖에 안되는 두부가 1950원이라니....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두부가 없으니 할 수 없이 사갖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어 국산콩 100%로네 요즘 보기 힘든데....."하며 가격을 물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1950원 하니 깜짝 놀랍니다. "아니 이렇게 작은 두부 한 모가 1950원이라구요?" 아내는 깜짝 놀란듯 했습니다. "아니, 이것보다 세 배는 큰 초당두부도 기껏해야 1500원 하는데 이건 너무 비싸네...." 그래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국산콩이라잖아....하니....아무리 국산콩이라고 해도 서민들이 맘놓고 먹을 수 있겠냐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마트에 가서라도 사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사실 내가 생각해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먹는 것도 아니고 거의 날마다 반찬으로 오르는 두부다 보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수입산에 유전자 변형 콩이 넘쳐나는 요즘 두부나 콩나물을 살 때 마다 요모조모 따져 보지만 늘 가격이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아내 말마따나 당장 먹고 죽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국산에 고급만 찾느냐는 말에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하루벌어 하루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내의 충고를 정말 무시 못합니다. 잘못하다가는 불쑥 " 그럼 돈을 많이 벌어오던가...."하는 소리라도 나오면 그대로 깨갱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하긴 아끼지 않으면 정말 살기 힘든 요즘이니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이들수록 많아지는 아내의 잔소리....그런데 이상한 것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늘 가장 맛있는 찌개백반이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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