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목욕관리사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유

2009. 4. 20. 17:24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고향에 다녀온 후에 아내와 함께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 8시가 다 되어 갈 무렵이라 목욕탕은 한산했다. 근처에 최신식 사우나실을 갖춘 목욕탕이 들어섰지만 아내는 늘 이곳을 고집한다.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고 혼잡한 곳보다는 조용히 목욕을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아내.....나 역시도 조용한 동네 목욕탕이 좋다. 시설은 낡아 초라하지만 아무도 없는 온탕에 몸을 담그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에는 연변에서 온 조선족 출신의 목욕관리사가 있다. 벌써 이곳에 온지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교포인지 몰랐는데 고향에 전화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는 조선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제는 목욕 후에 아내를 기다리다 목욕관리사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국에 온지 2년이 되도록 고향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가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항공료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 번 다녀 오려면 항공료만 왕복 80만원이 넘으니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요즘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다 한달 30만원이면 가족이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돈인데 고향에 한 번 가려면 세달치 생활비를 날려야 하니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연변에는 아내와 아들과 딸이 살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스물 한 살에 취직을 했지만 기회가 되면
 한국으로 나오고 싶어하고 아내도 한국어 시험에 합격을 했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추첨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이렇게 한국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보니 한국에 나오려고 브로커에게 돈을 주었다가 떼여 한국에 오지 못한 사람이다고 한다. 한국에 온 대부분의 조선족 남자들은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이 해안가에 있는 도시다 보니 원양어선을 타거나 냉동공장 혹은 건축현장에서 일하는데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외로움이라고 한다.힘들 때면 가끔 모여서 술 한 잔을 하며 고향 이야기로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서 조선족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는 목욕관리사.....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으로서 동병상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