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골수를 나눠준 구두 수선집 사장님

2008. 12. 8. 13:03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가 단골로 이용하는 구두 수선집이 있습니다. 물론 내 구두도 늘 그곳에서 수선을 하지만 의류점을 하면서 숙녀화도 함께 파는 아내 때문에 자주 들리는 수선집은 이곳에 자리잡은지 꼭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단골이 된지 10년이 된셈입니다. 오늘도 아내가 맡겨논 부츠를 찾으러 갔다가 모처럼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 다른 곳에서 1년 하다가 이곳에 왔다는 사장님은 스물 두 살 때 부터 시장에서 수제화를 파는 일을 시작해 20년을 넘게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성화가 쏟아지고 대리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가게 문을 닫고 잠시 쉬는 차에 장애인 봉사대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 들어가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다 협회장을 맡게 된 것이 11년간 손을 놓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장애인 예산이 없던 것을 도내에서 처음 타내기도 하고 장애인의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일한 덕에 내무부 표창과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후 혐회장 일을 내놓고 난 후에는 삼운회라는 교통봉사대에 들어가 5년간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고 합니다.봉사활동에 빠져있는 동안 살림은 순전히 아내의 몫이 되었는데 97년 IMF가 터지면서 더 이상 봉사활동을 할 수 없던 사장님은 예전에 갖고 있던 기술로 지금의 자리에서 수선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평 남짓한 곳에서 구두수선집을 하는 사장님은 표정이 늘 밝습니다. 담뱃값 크기만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하시는 모습이 늘 인상깊은데....그동안 없었던 붕어빵 파는 가게도 아줌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선뜻 자리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곳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시는 사장님은 몇개월 전에는 동생을 위해 골수 이식 수술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4남 1녀중 장남인 사장님은 부천에서 마트를 하는 막내동생이 백혈병을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선뜻 자신의 골수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검사를 하는내내 나이가 많아서 안될수도 있고 당뇨나 고혈압인 경우에는 기증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졸였다고 합니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있는 동안 돈이 있어도 골수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도 보았고 돈이 없어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사람도 많이 보았는데 볼 때 마다 마음이 미어졌다고 합니다. .
골수 이식이 환자와 기증자가 맞는가 검사하는 데만 150만원의 돈이 들고 수술하기전에 5000만원의 보증금을 예치해야 하는데 형제들이 십시일반 도와서 무사히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합니다.
2년이 지나봐야 확실하게 완치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하면서 현재까지는 아주 경과가 좋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에서 여러차례 취재를 하려고 찾아왔지만 동생에게 골수를 준 것이 무슨 자랑이라며 모두 거절했다고 합니다.


손떼 묻은 수선집 아저씨의 수선 공구들 ......구두와 함께 해온 세월의 체취가 고스한히 느껴 집니다.


이 재봉틀은 40년이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수제화 매장을 할 때 부터 갖고 있던 것인데 지금은 이런 물건 보기 힘들다고 하네요.


선반 위에 놓여있는 군화들.....군화를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는 사람도 있고 군화를 잃어버려 중고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금새 찾아간다며 재촉해놓고 찾아가지 않는 신발도 많다고 합니다. 본래 30일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는다고 알려드리지만 그렇게 야박하게 하지 못해 6개월이 넘은 물건이 있고 더 오래된 것은 다른 사람들을 주거나 폐기 처분한다고 합니다.
손님중에 제일 고약한 사람은 수선을 맡겼다가 찾아갈 때 일부러 흠을 잡으며 수선값을 내고 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수선하는 바로 옆에 쇼파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 잠시 눕기도 하고 손님이 오시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바로 옆집 붕어빵 아주머니가 붕어빵과 음료수를 갖고 왔습니다. 갖고 오지 말라고 해도 날마다 이렇게 손님이 오면 드시라며 놓고 간다고 합니다. 이웃간에 따스한 정이 느껴 졌습니다.
붕어빵을 집으려다 보니 참 작은 붕어빵이 눈에 띄더군요......미니 붕어빵은 정말 처음 먹어보는데 맛은 같은데 한 입에 쏙들어가더군요......
요즘은 만원이든 이만원이든 아내에게 모두 갖다 주니 정말 좋아한다며 웃는 사장님......
이곳에 오는 손님들 모두 요즘 힘들다고 합니다. 예전에 버렸을 구두도 왠만하면 버리지 않고 수선해서 쓴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라디오에서는 쉴 사이없이 태진아의 쇼쇼쇼가 흘러나왔습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또 동생에게 선뜻 골수를 내어준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세상 사는 거 뭐 별거 있나요....."나누면서 서로 행복하면 그게 최고지요...."
웃으며 내게 하던 그말이 아직도 가슴에 큰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