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이를 기억해 주세요
2008. 4. 6. 22:44ㆍ사진 속 세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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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나는 지난 밤 곰순이와 함께 버려진 붕붕이예요.
오늘은 봄햇살이 유난히 따뜻하네요.지난밤 버려졌던 아픈 마음이 봄햇살에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오늘은 토요일인데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가 봐요.예전에 곰순이 인형을 들고 나와 함께 공원에서 달리던 생각이 나요
담벼락에 목련꽃이 활짝 핀 것을 볼 때면 공원에서 아이가 먹던 솜사탕이 생각이 나요. 푸른 하늘에서 솜사탕이 마구 쏟아지는 것 같아요...
벚꽃이 흐드러진 저 길을 따라 가면 시원한 바다 호수가 나오고 그곳에는 개나리꽃이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을텐데........
와~지난해 보다 개나리가 엄청 많아졌어요.꽃도 유난히 활짝 피었네요...방금 개나리 꽃 사이로 물떼새가 지나가는 것 보셨나요?
이제 보이지요? 갈매기는 바다로 나갔는지 물오리떼만 옹기종기 모여있어요.. 흐드러진 버들 강아지도 몸이 간지러운지 자꾸 몸을 흔들어요...
저 종다리 물떼새가 설마 지난 해 마주쳤던 붕붕이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 바다 호수만 보면 가슴이 뻥 뚫리곤 했는데........
호수 가장자리에 버려진 TV 속에 바다가 가득찼어요....오염된 바닷 속을 하늘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죽은 물고기를 보여주는 것일까요?........버려지는 것과 죽는 것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가 봐요...
드디어 공원에 도착했네요....반가운 솜사탕 할아버지는 여전히 솜사탕을 팔고 있어요.....허리가 더 휘어져 힘들어 보이시네요...늘 건강하셔야 할텐데........
금붕어 장사하는 아주머니도 나왔네요.....제 그림자에 놀란 금붕어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광장에는 아직 한산하군요....지난해 나도 저곳을 신나게 달렸었는데....이젠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마음 속에서는 붕붕이도 늘 함께 달리고 있어요........
이제는 발로 밟지 않아도 씽씽 달리는 자동차가 좋은가 봐요...미래의 카레이서처럼 정말 폼이 멋지네요......
운전대를 꼭 잡아야 해요.....폼생폼사하다 잘못하면 사고가 나요...뒤를 보세요....접촉사고가 났나봐요....
예나 지금이나 두발로 자전거가 최고지요..사이좋은 형제가 나들이를 나왔네요....그런데 형은 여유가 있는데 동생은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힘들어 보이네요...
부러워라 가족이 함께 타고 가는 네발 자전거네요.....아빠의 끙끙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해요....
작년에 보았던 친구들이 나와 같은 처지가 되었네요...얘들도 나처럼 씽씽 달리고 싶겠지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건 참 외로운 건가봐요.....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빠진 바퀴들 때문에 갈 수가 없어요....
저 바퀴가 구른 만큼 아이들도 행복했을까요?....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바퀴 그 안에서 새싹이 돋고 있어요....혼자라도 굴러갈 수 있으면 다시 달려가고 싶어요....
내 안에 남아있는 공기 만큼 세상은 가벼울까요?.....민들레꽃 노란 숨소리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요....갈 수 있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바람에 몸 흔드는 이름없는 들꽃도...........
길가에 꿋꿋하게 피어있는 민들레도 이젠 더 이상 볼 수가 없겠네요..........
망가진 우산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일곱색깔 무지개처럼 .......그래도 꿈은 버리지 않을 거예요.....
한 남자가 와서 나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쓸모없다고 여겼는지 발로 툭차고 가네요....롤러스케이트와 곰순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어요...부릉부릉 차가 오면 이제 실려가야해요....내가 실려가도 여러분 저 붕붕이를 꼭 기억해 주실거죠?......
눈물이 흐를까봐 작별은 짧게 할래요.......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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