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살아도 갈 수 없던 친구 집 왜?

2012. 2. 15. 06:20세상 사는 이야기

고향 생각하면 떠오르는 친구 하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수구초심이라는 말처럼 어쩌다 고향 소식이라도 듣게 되면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명절에 고향에 가도 만날 친구들이 없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데 고향을 떠난 후 소식이 두절된 친구중에 지금도 유독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나와는 반대로 워낙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던 그 친구는 집도 가까워 늘 함께 지내곤 했습니다.
워낙 활달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던 그 친구와 있었던 에피소드가 무척 많은데 그중 그 친구의 성격을 대변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객기 부리다 손가락을 잃은 친구

어느 날 아침 학교를 가려고 교복을 입고 있는데 집 앞에서 느닷없이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난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빵구집으로 달려가 보니 학생들 사이로 울고 있는 낯익은 녀석이 보였습니다.
그 녀석은 바로 제 단짝 친구였는데 빵구집 콤프레샤 벨트를 잡으려다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동네 선배가 돌아가는 콤프레샤 벨트를 손으로 멈출 수 있다며 자랑을 하자 지기 싫어하던 친구 녀석이 자신도 그것을 잡을 수 있다며 객기를 부리다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
놀란 주인집 아저씨가 긴급하게 병원으로 싣고 갔지만 녀석의 오른쪽 둘째 손가락 첫 마디는 영영 잃어 버렸죠.

무섭던 친구 아버지 직업은?

개구쟁이 그 친구와 나와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녀석은 우리 집을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나는 그 친구집에 갈 수 없었습니다.
친구 아버지는 인근 야수교에 근무하던 말뚝 상사였습니다.
오랜동안 군에 군무한 탓인지 원래 성격이 괄괄한 건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친구 아버지 정말 무서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 친구 집에 가서 아버지 자전거를 갖고 놀다 넘어지면서 항아리를 깬적이 있었는데 하필 그때 잠시 집에 들렀던 친구 아버지에게 들킨 적이 있었습니다.

화가 난 친구 아버지는 친구와 나를 마루로 올라 오라고 하더니 내게는 손을 들게 하고 친구에게는 엎드려 뻗쳐를 시키더니 엉덩이를 때렸습니다.
부대에서 쓰는 듯한 몽둥이로 열 대 맞는 동안 내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런데 친구 녀석 공포심을 느낀 나와는 달리 비명소리 하나 지르지 않더군요.
평소에 이런 일들이 자주 있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그 뒤로 친구 아버지가 무서워서 친구 집에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출처:http://cafe.daum.net/bomhoon>

공포스러웠던 군대식 체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 집에서 놀다 나와 같은 경우를 당한 친구 녀석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그중엔 친구와 함께 원산폭격을 당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때는 호기심이 많았던 친구 녀석이 자전거 빵구 때우는 풀을 갖고 놀다 집에 불을 냈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집에 있던 엄마가 담요에 물을 적셔 껐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된 친구 아버지가 친구를 집 앞 하천으로 끌고 가더니 머리채를 잡고 물속에 마구 쳐넣더군요.

당시 항아리를 만드는 가마굴에서 동네 사람들이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괄괄하고 우락부락했던 친구 아버지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설 수가 없었죠.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군대식으로 체벌하던 친구 아버지.......
그 모습은 야수교에서 운전 연습을 하다 잘못했을 때 훈련병들이 받던 기합과 너무도 흡사했습니다.

말뚝 상사 아버지 밑에서 군대식 체벌을 잘 견뎌내던 친구......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이 서울로 이사간 후 소식이 끊긴 지 35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 지 정말 보고 싶고 또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