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날 싸우는 학생 말리려다 봉변 당한 사연

2012. 2. 10. 10:11세상 사는 이야기

졸업 시즌이면 생각나는 일화 하나

2월은 졸업시즌입니다.

어제도 아이가 졸업한 중학교 졸업식이었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졸업식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훈화나 내빈 소개로 지루했던 졸업식을 간소화 하고 졸업생 위주의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또 구두약을 바르거나 밀가루를 뿌리며 교복을 찢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졸업식 때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군대에 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5년전 일이었는데 아내와 함께 모임에 다녀오다 졸업식 뒤풀이를 하던 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시각이 밤 12시 무렵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 막은 학생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투고 있었습니다.


단골 가게 문을 부수려는 학생...

그러자 아내가 급히 나를 반대편 길로 잡아 끌더군요.
또 싸움에 끼어들까 걱정이 된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참고 순순히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뒤돌아 보니 한 학생이 남의 집 셔터를 발로 걷어 차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단 옆차기로 문을 가격하더니 옆집에서 내놓은 듯한 화분을 집어 던지더군요.

공교롭게도 그 집은 내가 늘 다니는 이발소였는데 순간 울컥하더군요.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학생 왜 애꿋은 남의 문을 차는 거야?"
그런데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싸우더군요.

뒤통수를 때린 욕설..야이~~XXX아

극구 제지하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학생들 앞으로 걸어갔더니 다른 학생들이 나를 가로 막더군요.
"아저씨, 그냥 모른 척 하고 가세요......"
알고 보니 열 명의 학생들 중에 두 학생이 서로 싸우는 것을 다른 학생이 말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학생들 손에 등 떠밀려 돌아서는데 셔터를 부수던 학생이 뒤통수에 대고 이러더군요.
"괜히 봉변 당하지 말고 가던 길 가 야이~~XXX 아.........."
그 소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내가 다시 그 학생에게로 다가서려고 하자 필사적으로 학생들이 나를 가로 막더군요.
"아저씨 말리면 더 하는 아이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가세요 제발..."
결국 학생과 아내의 손에 이끌려 돌아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는 아내대로 저는 저대로 화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남의 일에 또 끼어들었다고 나는 XXX 이라는 욕이 머릿 속에 맴돌아서......

제발 남의 일에 끼어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는 아내......
하지만 유독 학생들 일이라면 자꾸 끼어들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15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몸에 밴 습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