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범위 묻는 학생에게 돌아온 선생님의 대답은?

2011. 9. 28. 08:53세상 사는 이야기

학창시절에 가장 괴로웠던 기억은 뭘까? 
아마 대부분 시험 때문에 겪은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험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글짓기 수업을 할 때 한 학생이 노트에 썼던 글귀다.
그동안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얼마나 많이 받았으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이런 글을 쓸까....
이런 생각에 늘 마음 아팠는데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더 경쟁이 치열해졌다.


며칠 전의 일이다.
오전에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늘 상냥하게 대해주는 치료사가 그날은 왠지 얼굴색이 편치 않아보였다.
속내를 알 수 없어 그냥 누워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같은 동료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는 너무나 속상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
" 아니 왜..."
"초등하교에 다니는 우리 딸 때문에.."
"딸이 왜 뭘 잘못했어?.."
"아니 학교에서 돌아와 풀이 죽어 있길래 싸웠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면서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라구.."
"그래서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나봐..."
"아니 아이가 뭔 얘기를 들었는데..."
"응,...이제 중간고사가 얼마남지 않았잖아....시험범위를 몰라서 선생님께 물었나봐..."
"그런데 몇 과목 가르쳐주더니 귀찮은 듯 물으시더래....."
"너는 학원에 안 다니니?.."
"그래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하고 대답을 했더니 학원 다니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래..."
"학원에서는 벌써 중간고사 시험을 대비해 요점정리와 문제풀이를 끝마쳤나 보더라구..."
"우리 아이는 학원에 다니질 않으니 시험 범위가 어디인지 잘 몰라 물었을 뿐인데...."
 "친구들 앞에서 창피 당한 것 같아 너무나 속상하다고 하더라구..."
"아이고 선생님이 너무했네..작은 일에도 상처받기 쉬운 나이인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괜히 가슴이 쾡했다.
선생님의 말을 곱씹어 보니 왠지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시험만 학교에서 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재미도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선생님 마저 자신의 할 일을 전가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