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몰래 이사한 아버지 이유를 들어보니...

2011. 2. 14. 12:41세상 사는 이야기

갑자기 이사를 한 지인 왜?

지난 해 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갑자기 이사를 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분이라 갑작스럽게 이사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건축한지 꽤 오래된 아파트지만 몇해전 말끔하게 리모델링해서 새집같고 배란다에서 푸른 동해바다가 다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내놓은 지 얼마지나지 집이 매매되었고 인근의 작은 빌라로 이사를 한 후에야 지인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난 얼마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된 이유를 알고는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이사를 하게된 연유가 바로 아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아들 때문에 속이 타고 골치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자주 했던 터라 그말 한 마디 만으로도 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위한 궁여지책 이사

지인의 나이는 올해로 예순 일곱이고 아들의 나이는 마흔입니다.

결혼한지 10년이 된 아들은 결혼초 연이은 사업실패로 재산을 모두 날리고 지인마저 보증과 담보로 인한 채무로 오랜동안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사업실패 후 낙담한 아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술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버지에게 얹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날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들.....하지만 지인은 아침마다 함께 운동을 하며 삶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고 지인의 친구 도움으로 취직을 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잘리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무단 결근 하는 날이 많고 술 때문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분가를 하겠다고 하더랍니다.
'애기 아빠가 아버님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며느리 말대로 아들 내외를 분가시켰지만 아들의 행동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부부가 다투고 난 후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 집을 들락날락했다고 합니다.
직장생활하는 며느리를 볼 낯도 없고 나약한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하던 지인은 결국 고민끝에 아들 몰래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식을 몰래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본성은 착한 놈인데 사업실패후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어..."
"그나마 술을 마시지 않으면 괜찮은데 절제하기가 쉽지 않은가봐..."
마치 하소연이라도 하는 듯 내뱉는 지인의 말을 들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행히 올초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이사를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들이 술을 끊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종 며느리와 통화를 하는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무언가 할려는 마음이 엿보인다는 소식에 이사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아들이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다잡고 무언가 시작했으면 좋겠어...
며느리가 착하고 똑똑하니까 그래도 무던하게 가정을 지키고 있지 그렇지 않으면 벌써 파탄이 났을거야..."

아들 몰래 이사를 하고 조용히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아들이 그 마음을 알고 올해는 정말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