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무 때문에 괴로웠던 결혼식 관광버스

2010. 12. 6. 01:33세상 사는 이야기

20년만에 처음 탄 결혼식 피로연 관광버스

지난 주말 두 곳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었고 다음 날인 일요일은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여섯시에 관광버스가 있는 곳으로 도착하니 벌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에 올라 기다리고 있더군요.
늘 내차를 갖고 다니거나 고속버스를 이용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관광버스를 타고 결혼식 피로연에 가는 것은 20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두 대의 버스에는 대부분 아줌마들이었고 남자들은 고작 다섯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떠나기 전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는데 아침부터 술잔이 돌기 시작하더니 버스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들이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하더군요.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음주가무 알고보니 관광계원

버스기사와 미리 약속을 한듯 노래방 기계까지 틀어놓고 음주가무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피로 누적으로 입술이 부르터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나는 뒷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는데 차가 흔들리고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빠른 트로트곡에 쉴사이없이 몸을 흔드는 아주머니들....차가 굽은 도로를 지날 때도 능숙하게 몸의 균형을 잘 잡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탄 관광버스가 신랑 어머니 관광계원들이었다고 하더군요.

버스가 떠난지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버스기사가 잠시 휴게소에 멈추겠으니 잠시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군요.
혹시라도 단속을 할지 모르니 자리에 앉았다가 차가 멈춘 후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우르르 차에서 내리는 아주머니들....
차가 멈추었을 때나 갈 때나 시끄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다시 차가 떠났고 차가 흔들릴 정도로 춤과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식에 올라갈 때는 잠잠하다 내려올 때 음주가무를 하는 모습은 봤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들고 뛰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아주머니가 기사에게 만원자리를 건네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얼마전 단풍철을 맞아 대대적으로 관광버스 음주가무를 단속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관광버스에서 음주가무를 했을 경우에 경범죄처벌법에 의거 5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운전기사에게는 10만원의 범칙금과 벌점40점 면허정지40일의 처분이 내려진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실을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분명 알고 있을텐데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습니다. 

10시 반쯤 서울에 도착해서 11시에 시작된 결혼식이 12시에 모두 끝이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아주머니들의 음주가무는 그칠줄 몰랐습니다. 
수년간 함께 관광을 다닌 아주머니들의 체력과 내공에 혀를 내둘렀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습니다.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는 관광버스에서의 음주가무 자제해야....

저녁 7시 무렵 집에 도착했는데 뉴스에 밀양에서 관광버스가 추락해 세 명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나오더군요.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돼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었고 지난달 미시령에서도 관광버스 전복사고를 접했던 터라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습니다.

미시령에서 전복사고가 났을 때에도 그렇지만 관광버스가 사고가 났을 때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자칫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관광버스 안에서 음주가무..... 피로연 하객들도 문제지만 그것을 방치한 운전기사의 안전의식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