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에서 잃어버린 옷 1년만에 찾은 사연

2010. 11. 25. 15:24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가 사준 재킷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하다.

며칠전 아내와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갑작스런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갈까말까 망설였지만 예약한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후 여섯시에 집을 떠났다.
그리곤 두 시간 후 서울에 도착해 잠시 잠을 청하기 위해 찜질방에 들렀다.
찜질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TV를 보고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한국과 UAE와의 경기를 다른 곳에서는 SBS 월화 드라마 자이언트를 틀어놓아 시끄러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잠이 들었을까?....갑자기 아! 하는 탄식에 잠을 깼다.
연장 종료 15초를 남기고 골을 허용해 결승진출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찜질방을 나온 시각이 새벽 두 시 아내를 만나기 위해 남평화시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잠시 앉아 있으니 일을 마친 아내가 나오며 재킷을 하나 봐둔 것이 있다며 광희시장으로 손을 잡아 끌었다.
못이기는 척 그곳에 도착했는데 아내가 골라놓은 재킷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28년전 아버지가 대학 입학 기념으로 난생 처음 사주셨던 옷과 색상이 너무나 흡사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친구들에 비해 2년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던 28년전 봄 아버지는 입학식 때 입으라며 재킷을 하나 사주셨다.
등록금을 농협에서 대출 받느라 곤욕을 치르셨는데 아들 옷까지 챙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 생각을 하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에 눈물이 핑돌았다.

당대의 최고 가수 조용필이 떴다.

그런데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소중한 재킷을 불과 석달도 안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입학식 때 입고 옷장 속에 넣어두었던 재킷을 입고 5월 축제에 참가했다가 나이트 클럽에서 감쪽같이 잃어버리면서 시작되었다.

해마다 축제 때면 유명한 가수들을 초청하곤하는데 내가 입학한 그해에 인기 최절정의 가수 조용필이 초대되었다.
조용필이 온다는 소문이 자자해 일반 시민들까지 학교로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뤘는데 조용필 노래라면 모두 꿰고 있을 정도로 푹 빠져있던 나는 학교 축제가 끝나고 시내 나이트 클럽에서 조용필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가서 미리 진을 쳤다.

그런데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도 기다리던 가수 조용필은 오지 않았다.
조용필을 보러 나이트 클럽에 들어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잠시후 사회자가 조용필씨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바로 서울로 떠났다고 했다.
애당초 오지 않는데 괜히 나이트 클럽 홍보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옷 누가 가져갔을까?

실망스런 마음에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 기분을 풀기 위해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질듯한 신나는 음악에 금새 빠져들었고 약 15분가량 신나게 춤을 추었을까?
부르스곡이 흐르면서 좌석으로 돌아왔는데 아뿔사 벗어 놓았던 재킷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 거려도 웨이터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재킷을 찾지 못했는데 재킷 뿐만아니라 재킷 속에 있던 장지갑과 주민등록증과 학생증 그리고 한 달 용돈 5천원을 몽땅 잃어버렸다.
클럽에 대부분 대학생이었으니 아마도 학생들중 누군가 가져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에 입고 다닐 옷이라고는 에라스토 청바지와 아버지가 사주신 재킷 뿐인데........
그후로 학교에 다닐 때 마다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 내 재킷을 누가 입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포로 되돌아온 재킷 결국은....

그런데 1년이 지났을까?
거의 잊고 있을 무렵 학교 우편함에 소포 하나가 배달되었다.
누런 소포 종이로 둘둘 말아서 온 안에는 클럽에서 잃어버렸던 재킷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색이 누렇게 쪄든 재킷 속에는 현금 5천원을 제외한 주민등록증과 학생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흰색 재킷이 누런색으로 변하고 담배 냄새가 배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골초가 내 재킷을 가져가 입다가 학생증에 있는 주소를 보고 돌려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1년이 지난 뒤에 보낸 재킷을 보고 화를 내야 할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헷갈렸다.
그후로 몇번을 재킷을 입었을까?.....너무 구질구질해진 재킷을 입지 못하고 옷장 속에 넣어두었다.
혹시 아버지가 오시면 재킷을 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