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인줄 알고 긴급출동 서비스 신청했더니....

2010. 11. 29. 09:22세상 사는 이야기

사흘 전 친구 부친상때문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하루를 꼬박 새우고 다음날 장지에 다녀온 후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고향에서 잠시 잠을 청했을까 ....아내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고3 수험생인 아들이 실기 준비를 한다고 서울로 간 후 혼자 있던 아내가 갑자기 팔에 마비가 와서 움직을 수가 없다며 빨리 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벌떡 일어나 세수 하고 옷도 제대로 못입은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따라 왜 이리 날이 춥고 바람은 부는지 차가 흔들려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잠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30여분도 채 달리지 않았는데 자꾸 눈이 감깁니다.
눈을 비비고 잠시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가다보면 또 졸리고....
결국 차를 세우고 20분이라도 잠을 청해야 겠다는 생각에 핸드폰 벨소리를 맞추고 시동을 틀어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채 20여분도 되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시동을 켠 채 잠이 들었는데 저절로 꺼져서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어나서 아무리 시동을 걸려고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소리만 요란할 뿐
배터리를 갈 때가 되었는데 갈지 않아서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고 결국 자동차 보험에 차량 고장 신고를 하고 긴급 출동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잠시 후 보험 회사 직원으로부터 위치추적을 했다며 곧 도착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위치추적을 했다며 도착할 것이라는 차량은 20여분이지나도 오지를 않았습니다.
너무나 추워 몸이 달달 떨리는데 다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더군요.
'젠장...위치 추적을 했다더니 왜 이리 헤매는 거야...'
그리고 10분이 지난 후에 차량이 도착을 했습니다.

너무 늦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본네트를 열고 점프선을 연결한 후 시동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묻더군요.
"이 차량 가스 차예요?"
"예..."
"배터리는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잠깐만요..."
하더니 운전석에 올라앉아 이것 저것 만지더니 금새 시동이 걸렸습니다.
"고객님..이 LPG 코크를 꺼놨으니 시동이 걸릴리가 없죠..."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리더군요.

                              <잠을 자다 나도 모르게 발로 건드린 LPG 밸브 잠금 스위치....>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LPG 차량은 가스밸브를 잠그는 스위치가 따로 있습니다.
가스차는 겨울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전날 시동을 끌 때 가스 밸브 스위치를 잠궈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껏 그렇게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잠에 취한데다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출동했던 기사분이 그러더군요.....잠을 자면서 발로 스위치를 건드렸을 것이라고.....
결국 내 잘못으로 추운 곳에서 30분간 달달 떨며 개고생을 했습니다.
차량을 제대로 알고 평소에 잘 관리했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한 시간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을 2시간이 넘은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진통제를 먹고 마사지 후 파스를 붙여준 후 다음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근육 마비와 경련을 동반한 근육통이라고 합니다.
전날 추운데서 달달 떨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침 부터 열이 나더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감기가 제대로 온 모양입니다.
모르면 몸이 고생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차량 관리 미리 미리 준비하셔서 저처럼 괜한 고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