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끼 먹는 고3 아들 때문에 속 끓는 아내....

2010. 10. 28. 12:52세상 사는 이야기

이제 수능이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님이라면 요즘처럼 힘든 날이 없을 듯 합니다.
큰 아들의 경우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해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수능을 본 작은 아들은 집에서 신경을 써야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침에 영양가 있는 따뜻한 식사를 먹이는 것과 학교에 등교시키는 일 그리고 학원에서 초죽음이 되어 밤늦게 들어오는 아들은 보면 축은하기 까지 합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신경쓰지 못해 안타까운 맘도 들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을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하루에 두 끼 밖에 먹지 않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사실 아이가 두 끼만 먹는 사실도 요 근래에 알았으니 부모로써 정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몰래 급식을 먹지 않은 아들이 야속하기 까지 합니다.

올 2학기 무렵부터 이상하게 급식비를 달라는 말이 없어 아들에게 물었더니 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왜 급식을 하지 않냐고 물으니 점심을 먹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학교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물으니 대충 얼버무리는 걸 보면 아마 학교 급식이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긴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걱정하는 부모 마음은 생각지도 않는지 딱 잘라 말하는 아들

'나 말고도 학교 급식을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럼 남들 점심 먹을 때 너는 뭘 하니.."
"모자란 잠을 자거나 공부를 해요..."
"허기가 지면 공부가 제대로 되겠니?.."
"배 불러서 조는 것보다 나아요...집중도 잘 되고요..."

결국 아들의 황소고집을 꺾지 못하고 지금껏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아들은 중학교 때 까지 지독한 고도 비만에 시달렸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몸이 뚱뚱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죠....
운동을 해도 살은 빠지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해 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방학 때 부터 날마다 영랑호를 걷고 뛰기를 반복해더니 몰라보게 살이 빠졌고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다른 학생들처럼 날씬해졌습니다.
하지만 대신 새로운 증상이 생겼습니다.
바로 운동 중독증입니다.

과거 비만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 때문인지 늘 불안해 하고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남들보다 체중이 덜나가는데도 운동에 집착을 합니다.
고3 수험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밥 먹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줄넘기 하기 영랑호를 뛰는 것도 모자라 헬스장도 열심히 다닙니다.

"수능 시험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운동을 좀 줄이면 안되니?"
"운동을 하면 공부가 더 잘 되요...걱정하지 마세요.."
"헬스장에 가는 것만이라도 시험볼 때 까지 미루면 안될까?"
"제가 알아서 열심히 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성적도 좋지 않고 모의고사 점수도 잘 안나오는 녀석이 무슨 자신감이 저렇게도 많은지 이해가 안갑니다..
큰 아들과 똑같이 디자인을 전공하려는 작은 녀석....
두 끼를 먹으며 운동에 집착하는 아들과 노심초사하는 아내의 신경전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