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돈 즐겨 먹는 스님 잘못된 걸까?

2010. 10. 22. 09:09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주에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왔다.
추석 때 보고 처음이니 딱 한달만의 조우인데 꼭 1년만에 만난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먹자골목을 헤매다 요즘 제철인 도루묵 찌개를 먹기로 했다.
도루묵 찌개는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도루묵이 일찍 찾아와 가격도 많이 내렸다고 한다.
찌개가 끓고 있는 동안 밑반찬에 소주를 반주로 곁들이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침체된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였다.

몇년전 친구는 이혼한 누나를 돕기 위해 레스토랑을 인수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투자금액이 많이 들어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년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았지만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운용자금을 넉넉하게 남겼어야 하는데 레스토랑을 인수하고 인테리어를 하는데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 줄 몰랐어...'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veronarena>


스님의 단골 메뉴 피돈...피돈이 뭐지?


저녁과 반주로 소주 한 병을 곁들이고 나서 인근에 있는 통나무집 카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로 부터 피돈을 즐겨 먹는 스님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레스토랑에 가끔 오는 손님중에 스님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의 메뉴는 한결 같이 피돈이라고 한다.
피돈이란 피자 돈가스를 줄여서 부르는 메뉴인데 돈가스 위에 피자를 듬뿍 얹어 안에 고기가 들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 레스토랑에 와서 피돈을 시키는 스님을 보고 고기를 밝히는 것을 보니 가짜 스님이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근 지역  소도읍 작은 암자에 있는 스님인데 시내에 나올 때 마다 들리는 것이라 했다.
스님이 고기를 먹는 모습이 낯설어 종업원들까지 수근수근했는데 스님은 별 개의치 않고 그릇을 싹 비우고 간다고 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 아주 작은 목소리로 "피돈 주세요" 한다는 스님.....

스님은 고기를 먹으면 안되나요?

일전에 고향에 있는 사찰에 들렀을 때 스님에게 물었던 말이다.
그동안 나는 스님은 절대로 고기를 먹어선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스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었던 제자 데바닷타가 철저히 육식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되도록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그것을 고집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아직도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 당시의 전통에 따라 육식을 금하지 않고 있는데 비해 중국과 한국에서는 탐욕을 버리고 자비를 가르치기 위해 승단에서 수행규칙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육식을 금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대신 사찰에서는 콩으로 쇠고기 만들기. 팥으로 타자요리 만들기 등등으로  식물을 먹으면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사찰요리가 개발되었는데 특이한 점은 아직도 파나 마늘처럼 향이 강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님이 고기를 먹느냐 안먹느냐는 수행자 스스로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법으로 정해놓았다면 지키는 것이 옳을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