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탕에서 오줌 누던 아이 때문에 자지러졌습니다.

2010. 11. 1. 07:36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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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부터 비가 내리더니 종일 날씨가 흐렸습니다.
모처럼 가을 산행을 가려던 아내가 포기하고 가게로 출근하더니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주에 단풍 구경을 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며 가까운 금강산 화암사로 드라이브를 다녀오자더군요.
늦은 오후에 찾은 금강산 화암사에는 아직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았더군요.
아마 다음주가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 같았는데 잠시 걸으며 단풍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가는 동네 사우나에 들렀습니다.


주변에 대형 찜질방이 생기면서 한때 폐업을 생각하던 동네 목욕탕은 지금은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으면서 손님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여탕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방으로 변한지 오래되었는데 그곳에 자주 오는 아주머니를 사람들은 죽순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아내와 시간 약속을 하고 남탕으로 들어가니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많아야 5~6명 정도 되던 목욕탕 안에는 약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이니 제법 왁자지껄 합니다.
그동안 손님이 없어 애를 먹던 연변교포 목욕관리사도 오늘 만큼은 아주 바쁘더군요.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다음 황토방과 습식 사우나를 오가며 땀을 빼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나오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사우나실에서 땀을 빼다 마지막으로 냉탕으로 들어설 때였습니다.
탕안에서 소피를 보고 있는 녀석이 눈에 띘습니다.
나이는 약 6~7세 되어보이는 어린 꼬마가 냉탕에 가만히 서서 소피를 보다 탕으로 들어서려는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물속에서 오줌을 눌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자세 아시지요...으스레 치기 직전의 그 표정....
움찔한 꼬마는 잠시 얼음이 된듯 서있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물속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나를 힐끔 힐끔 바라보는 꼬마....
자신이 오줌 싼 것을 감추려는 듯 아예 물속으로 얼굴을 처박기도 하고 무당처럼 껑충껑충 뛰기까지 하더군요.
'저러다 제 오줌을 먹으려면 어쩌려고....ㅎㅎ...'

꼬마가 오줌을 누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왠지 냉탕에 들어가기 꺼려지더군요.
그냥 샤워기를 틀어놓고 몸을 씻는데 이상하게도 불쾌하다는 생각보다는 꼬마의 행동에 웃음이 나더군요.
"탕안에서 오줌을 누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이겠지..."
제 스스로 미안한 것을 알기라도 하는듯 연신 내 눈치를 살피던 꼬마......
이런 것을 보고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는 거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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