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 배추쌈을 갖고온 손님 대단해요......

2010. 10. 10. 11:21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 오후 모처럼 날씨가 쾌청했습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친구에게 들렀는데 벌써 퇴근했는지 아무도 없더군요.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직원들과 함께 산에 송이를 따러 갔다 내려오는 길이라며 기다리라 하더군요.
친구는 산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가을이면 송이나 능이버섯을 따러 자주 산을 오르는데 몇년전 친구 따라 산행을 갔다 노루궁뎅이버섯과 싸리버섯 능이버섯을 많이 따 두고두고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닷가에서 약 30분을 기다리다 친구 사무실로 들어섰습니다.
친구가 자랑삼아 송이 하나를 보여주며 한 마디 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소주 한 잔 하자구...."


친구가 산에 땄다는 송이를 보여주는데 엄청 크더군요.
머리가 확 펴서 일명 퍼드라기라고 하는 송이인데 향이 무척 강했습니다.
세 개를 땄는데 두 개는 함께 갔던 사람을 주고 가장 큰 것 하나만 가져 왔다고 합니다.


송이를 잘게 찢어 고기와 함께 먹으니 온몸에 송이향이 가득합니다.
1능이 2표고 3송이라고 하지만 향만큼은 송이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고기와 함께 싸서 먹을 쌈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야채값이 하도 금값이라 더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텅 비어있는 야채 소쿠리.....
둘이 먹는데 딸랑 상추 여섯 개가 나왔습니다.
둘이 세 개씩 싸먹으고 나서 한 번 더 달라고 했지만 금새 비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엎에서 고기를 드시는 손님 상에는 쌈이 그득했습니다.
아니 저긴 왜 쌈이 많은 거지?
이상한 것은 한참을 지나도 늘 쌈이 줄지 않았습니다.

'상추도 아니고 비싼 배추쌈을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알고 보니...손님이 직접 재배해 깨끗히 씻어 갖고 오신 배추쌈이라고 하더군요...
부러워 자꾸 쳐다봐서 그런걸까요?
비닐 봉지에서 배추를 꺼내 한 소쿠리 담아서 주시더군요.
배추쌈에 싸먹는 고기맛......정말 좋았습니다.
하긴 요즘처럼 비싼 금배추를 고깃집에서 내놓을리가 없겠지요....ㅎㅎ...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정말 걱정이네요..
빨리 배추값이 안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