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왕따가 고맙다는 아내 왜?

2010. 10. 6. 07:56세상 사는 이야기


몇년전 친구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다 사기를 당한 터라 물질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친구가 먼저 제의를 했다.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자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운영비는 친구가 대고 난 더부살이를 했는데 그 친구 덕분에 지금은 독립을 했고 따로 사무실로 차렸다.
지금도 그 친구와 자주 만나는데 만날 때 마다 꼭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예전 사무실이 있던 인근의 당구장인데 당구대가 4대 뿐인 아주 작은 당구장이었다.
그곳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 마을 선후배들이라 늘 왁자지껄했는데 당구장 한켠에 있는 작은 방에는 훌라나 포커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늘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처음에는 동네 청년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점점 판이 커지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경찰까지 출동해 연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저녁 시간이 지난 8시 무렵인가 친구와 함께 당구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치더니 사진을 찍고 게임을 한 사람들을 연행했는데 남아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창성이 마누라가 신고했구만....저놈만 오면 늘 사고가 난다니까...."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사람은 인근에서 택배일을 하는 친구인데 포커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봉이라는 별명이 붙은 창성이였다.
봉이란 포커 기술이 부족해 포커꾼들이 제일 좋아하는 먹잇감이라고 하는데 일명 밥이라고 불린다.
결혼해서 애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은 창성이는 회사일만 끝나면 바로 이곳으로 출근했다 당구장에서 포커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내의 미행에 들통나 심하게 다투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는 또 몰래 당구장을 드나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아이를 업고 당구장을 찾아가도 고쳐지지 않는 남편의 도박 때문에 참다 참다 화가난 아내는 결국 남편이 포커를 하고 있는 시각에 경찰에 신고를 했고 남편을 비롯해 포커를 친 사람들 모두 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작은 시골이라 그동안 특별히 누가 고발하거나 신고하지 않는 이상 경찰이 연행되는 일은 없었는데 남편을 신고한 아내 때문에 이후 창성이는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야, 마누라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재수없으니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마라..."

작은 동네에 아내가 신고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더 이상 포커판에 낄 수 없는 창성이....
이런 창성이를 왕따 시켜줘 고맙다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
바로 창성이를 신고한 아내인데 덕분에 더 이상 돈을 잃는 일도 없고 귀가 시간도 빨라져 너무 좋다고 한다.

이십여년 전 나도 도박 때문에 아내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어 안다.
도박은 돈과 건강 그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독약과다.
왕따 당한 창성이가 이번 기회에 아예 도박을 끊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