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쌀 먹는 아주머니 왜 그런가 했더니....

2010. 10. 4. 08:58세상 사는 이야기

몇년전 함께 근무했던 아주머니는 생쌀을 씹어먹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오도독 오도독 마치 쥐가 무엇을 갉아먹는 듯한 소리에 놀란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머니가 생쌀을 씹어먹는 소리였다.
아주머니는 나이가 오십으로 얼굴이 푸석하고 검은 기미가 많았는데 생쌀을 씹어 먹은 지 벌써 15년이 다 되어 간다고 했다.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때 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쌀이 없으면 불안을 느낄 정도로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생쌀을 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사실 나도 어렸을 적 생쌀을 먹어본 적이 있었다.
늘 보리밥이나 조밥이나 감자 고구마를 즐겨먹던 어릴 적 쌀밥이 너무 귀했었다.
생일날에나 한 번 먹을 수 있었던 쌀밥이나보니 어머니는 늘 광속 작은 항아리에 쌀을 숨켜 놓곤했다.
채 익지 않은 보리를 씹어 껌을 만들어 먹던 시절 종종 학교에 생쌀을 갖고 오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주머니에 넣고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던 생쌀을 얻어 먹어봤지만 강냉이처럼 구수한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도 호기심에 생쌀을 씹어 먹어보고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는데.....

"아니, 생쌀이 그렇게 맛있어요?......."
"응,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고소해..."
"생쌀이 너무 딱딱해 이가 아픈데 괜찮아요?"
"그렇지 않아도 이가 망가져 새로 해넣었어....혀도 다 헗었고.."
"그런데 왜 그렇게 생쌀을 먹어요..."
"습관이 되었는지 안먹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둘째 아이 임신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씹기 시작했다는 생쌀...
임신하고 출산할 때 까지 먹은 생쌀이 밥보다 많을 것이라는 아주머니는 잠시라도 허전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생쌀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아주머니가 생쌀을 끊지 못하는 것중에 하나는 빈혈증상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일시적인줄 알았던 빈혈이 나중에 알고 보니 철분결핍성 빈혈이었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시라도 생쌀을 씹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늘 생쌀을 씹는 버릇 때문에 입안은 늘 헐어있고 어금니도 다 해넣었다는 아주머니.....
의사의 권고로 생쌀 먹는 양을 많이 줄였지만 아직도 가방에 생쌀을 갖고 다닌다고 하는데 습관의 무서움인지 아니면 빈혈증상 때문인지 생쌀 먹는 것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