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돌변한 이웃집 남자 왜 그런가 했더니...

2010. 9. 29. 07:54세상 사는 이야기

도심지 가장 큰 문제는 주차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는 주차 문제 때문에 늘 골치를 앓곤 합니
다.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의 사거리라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에 도로옆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그 마저도 일찍 나가지 않으면 주차할 곳이 남아 있지 않아 곤욕을 치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가까운 곳에 전용 주차장이 생겼습니다.
터미널 부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손님이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60여평의 땅을 매입해 관리를 맡겨 주차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입로가 적어 딱 두 대의 차량 밖에 대지 못해 바로 옆 다방 아주머니와 함께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방이 있는 건물 주인은 워낙 부지런해 늘 주변의 풀을 뽑거나 청소를 깔끔하게해 지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곤 했습니다.
내가 1년전쯤 이곳에 왔으니 함께 인사를 하고 지낸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갑자기 화가 난 이웃집 아저씨

길에서 마주치거나 풀을 뽑을 때 인사를 나누면 늘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건물 주인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떡 벌어지고 한결같이 검은 스포츠 머리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전혀 나이를 느끼지 못할만큼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갑가지 난폭하게 돌변해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일이 생겼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나와 차에 시동을 걸을 때 였습니다.
건너편 슈퍼에서 나오던 건물 주인이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와서 손가락질을 해대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차의 유리창을 내리고 왜 그러시냐 물으니 아랑곳 없이 차를 때려 부술 듯이 돌을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아니,..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제가 뭔 잘못이라도 했나요?'

내 말은 아랑곳없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해대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영문을 몰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 나 차에서 내려 아저씨에게 다가갔습니다.
연신 차에 발길질을 해대는 시늉을 하며 욕을 하던 아저씨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아저씨 제게 화를 내시는 이유가 뭐죠?'
"알아야 사과를 하든 용서를 빌든 하죠...'

앞으로 다가서자 주춤주춤 물러서며 한풀 기세가 꺽인 아저씨
그때 소란스런 소리에 다방 아주머니가 이 광경을 목격하곤 부랴부랴 아저씨를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곤 내게 말을 하더군요.

'죄송해요,,,건물 주인 아저씨가 많이 아파요...'
'아니,,,저렇게 건강하신 분이 어디가 ...'
"예,,,,치매예요...아주 심하지는 않는데 가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변할 때가 많아요...이해하세요.."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소리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나

다방 아주머니의 말로는 아저씨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땅이 매매된 줄 아직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다방 아주머니와 주인 아주머니는 땅이 매매되었고 주차장 부지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일부러 아저씨에게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껏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청소하고 풀도 뽑았는데 갑자기 옆집 사람들이 떡하니 주차를 하니 화가 날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매매되었다는 사실을 말해도 아저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거예요.."
"앞으로 아저씨가 화를 내더라도 이해 좀 해주세요..."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문득 어릴 적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났습니다.
앞으로는 가급적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않고 예전처럼 조금 멀어도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괜히 병환을 앓고 있는 아저씨와 부딪치고 싶지 않고 열심히 풀을 뽑고 쓸고 닦는 아저씨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