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아들 방에 붙은 격문들

2010. 9. 24. 08:04세상 사는 이야기

앞으로 수능이 54일 남았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이번 추석에 공부 한다며 혼자 집에 남았습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만 받은 아들은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에 응시할 수 없을 정도인데 100일 카우트 다운이 시작되면서 벼락치기 하듯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1학년 때 부터 차근차근 수능을 준비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초등학교 때 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공부해라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는 아빠로서는 늦게 수능 준비를 하는 아들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네가 꼭 대학에 가야할 이유를 찾았다면 공부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다른 길을 선택해라...."

늘 한결같은 아빠의 잔소리가 통한 것일까요?
2학기 접어들면서 행동과 마음자세가 달라졌습니다.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학교에 간 후 아들방을 들여다 보면 책상 위에는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벽면 위에는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으려는듯 노란 포스트잇에 써놓은 격문들이 붙어있습니다.

'한번만 죽어보자...'

'달걀은 자신이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계란 프라이가 된다'

'너의 의지와 한계를 보여라..'

'난 나의 목표의 단 1%의 의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젊은이만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나의 법은 내가 창조한다 실패한 타인의 법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 언제나 길은 가능성을 위해 열려있다'







붙여 놓은 글들을 보니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밤늦게 들어온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웃으며 한 마디 하더군요....

'에구...이 녀석....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아..... '

늦게나마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공하는 아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