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해수욕장에 가지 않는 이유

2010. 7. 28. 11:33세상 사는 이야기

올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동해안 계곡이나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 서울 춘천과 동홍천 고속도로의 개통 그리고 용대리 터널과 4차선 확포장 공사로 통행시간이 단축되어 동해안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피서지 아르바이트학생들이 피서온 대학생을 집단 성폭행해서 구속되는 불미스런 사고도 있었고 또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물놀이를 하다 익사를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또 해수욕장 안전지역에서 튜브로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해류에 떠밀려 표류하다 해경에 구조되는 아찔한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7월 27일 고성군 삼포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이 사고는 삼포해수욕장 안전지역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피서객 김모42세)씨가 자신도 모르게 바다로 떠밀려 나가 표류하다 해경직원에 발견 민간구조요원과 함께 긴급 출동해 구조했다고 합니다.
이날 삼포해수욕장에는 초속 10~15m의 강풍이 불어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들이 조류에 더밀려 가다 해수욕장 수영 경계선에 걸려 구조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아내는 몸서리를 치곤 합니다.
몇년전 송지호 해수욕장으로 해수욕을 갔다가 안전요원에게 구조되는 아찔한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송지호는 너른 백사장에 얕은 수심 때문에 해마다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척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송지호 해수욕장을 찾은 그날 나는 수경을 쓰고 바닷속에서 조개를 캐고 아내는 언전지역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많고 안전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을 놓고 한참을 조개를 캐고 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주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아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해 튜브에만 의지한 채 수영을 즐기던 아내가 사라졌으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바다쪽 끝을 보니 안전띠에 걸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캤던 조개를 내팽개치고 아내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어릴 적 부터 수영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강에서 수용을 하는 것과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파도를 이용할 줄 모르니 아무리 앞으로 나가려고 해도 제대로 나가질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에게 도착해 아내를 끌고 나오려고 하는데 조류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을 시도하다 지쳐 안전줄에 몸을 의지한 채 소리를 질렀습니다.
"살려 주세요.....살려 주세요...."
손을 흔들며 구조요청을 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구조요원들이 아내와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겁에 질린 아내를 안심시키면서 줄에 매달려 있는 사이 다른 피서객이 구조요원에게 신고하자 그제서야 구조요원이 보트를 타고 왔습니다.
무사히 구조되어 백사장에 도착하자 겁에 질리고 긴장했던 아내의 몸은 그대로 축늘어졌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바다 밖으로 떠밀려 내려갈 때 까지 아내는 위험한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멀리 보이고 자신이 혼자 줄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안전줄을 가까워졌는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해수욕장에서 표류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당시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타고 즐기다 혼쭐이 난 아내는 그후 지금껏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 중에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바람의 방향과 조류에 신경쓰면서 안전한 물놀이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