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전화한 여자 동창생 알고 보니.....

2010. 7. 28. 00:37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동해안은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푹푹 찌는 날씨에 몸이 축축 쳐지는데 이런 날 고향에 가서 옥수수를 따느라 오전 내내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제철 옥수수를 팔아달라는 고향 형님의 부탁으로 아침일찍 부터 서둘렀는데도 12시가 되어서야 배달이 모두 끝났고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사무실로 출근해 직원과 함께 늦은 점심 식사를 하였습니다.
한여름에 특별 메뉴인 시원한 쥐눈이 콩국수를 먹고 나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잠시 쉬고 있는데 중학교 동창으로 부터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이니 33년만에 처음 통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자 동창은 아주 반갑다는 듯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야, 반갑다 나 윤00 이야 그동안 잘 있었니?"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라서 날 기억할 지 모르겠네..."
"아이들은 다 컸니?"
처음부터 정신없이 물어대는 여자 동창생......하지만 사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반갑다며 물어대는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큰 아들이 군대에 갔고 작은 아들이 고3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자...
 "아이고 아직도 많이 힘들겠구나....내 딸은 대학을 졸업해서 이번에 취직을 했어..."
"아,,그래 아주 잘됐네....축하해..."
"고맙다 친구야....이번에 출판사에 취직을 했는데 사실은 친구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인데...."
"응, 딸이 6개월간 수습기간인데 이때 수습 할당이라는 것이 있나봐....월간지인데 연간 구독자를 10명 채워야 한대..."
"힘들지만 친구야 월간지 1년만 구독해줄래?..."
이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지난 달 있었던 동창회에서 들었던 말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나처럼 동창 전화를 받고 월간지를 구독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동창생인 것처럼 속여서 월간지를 구독하게 하는 사기 전화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문득 동창을 사칭한 사기라는 생각이 들어 속사포처럼 계속 말을 이어가는 여자 동창생에게 슬며시 물었습니다.
"너 혹시 3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름이 기억나니?"
"아니...하도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나네..."
"저번 동창회 했던 것도 알고 있었니?.."
"응,...알고 있었는데 일이 있어 못나갔어...다음에 나가면 얼굴 좀 보자 친구야..."
"지난 번 동창회에 나갔는데 네가 말하는 것처럼 월간지를 구독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친구들이 무척 많던데?..."
"다 사기 전화라고 하더라구...너는 아니겠지?"
그러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전화가 딱 끊겼습니다.
아마 거짓말이 들통이 나자 바로 전화를 끊은 듯 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핸드폰에 찍힌 곳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동창생을 사칭한 다양한 유형의 사기들이 판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전화를 받고 보니 정말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동창회 카페가 활성화 되고 있는 점을 이용한 사기 사례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피해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비가 부족하다며 돈을 송금해달라는 전화도 있었고  동창회비가 밀렸다며 송금하라는 경우도 허다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33년만에 걸려온 여자 동창생........반가움도 잠시 그것이 사기 전화였다는 알고 나니 허탈한 마음 지울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