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0. 22:10ㆍ세상 사는 이야기
며칠 전의 일입니다.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형님이 친한 지인의 호프집 개업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녀온 다음날 점심 식사를 하는데 황당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개업식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침 개업하는 분의 먼 친척되는 분에게 개업식 선물로 화분을 대신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그 지역에서 오랜동안 경찰로 근무하는데다 개업하는 분과 잘 아는 사이라서 믿고 화분값 10만원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업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미리 전화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늦더라도 꼭 참석해달라는 간곡한 부탁 때문에 개업식날 오후에 부랴부랴 서울로 향했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또 봉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오후 늦게 도착했는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개업식 선물로 들어온 싱싱한 화분들이 즐비했는데 이상하게도 형님이 부탁했던 화분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형님은 개업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 초라하게 놓여있는 자신의 화환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화분이 아니라 개업할 때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화환이었다고 합니다.
"10만원 짜리 화초를 부탁했는데 싸구려 화환을 보내다니...."
개업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싸구려 화환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해 전화를 걸어 보았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지난 번에 개업식 선물로 부탁했던 화분 보내주셨나요?"
"아,...예...아침에 확실하게 보내드렸고 제가 직접 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가요?....참 이상하네요...제가 지금 개업집에 와있는데 화분이 보이지 않네요?"
"개업집에 와 계신다고요?.....참석 못한다고 저한테 부탁한 것이 아닌가요?"
"예,,,그랬는데 늦게라도 꼭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도둑이 제발 저린 듯 말을 얼버무리면서
"사실은요....개업식이 많아서 그런지 화분이 별로 없어서 화환으로 보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전화를 드릴려고 했습니다..."
궁색한 변명을 내뱉는 모습에 화가 치밀었지만 부탁한 내 잘못이 크다는 생각에 그냥 참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만오천원짜리 화환을 보내고 팔만오천원을 심부름 값으로 꿀꺽해버린 것 보다는 개업식하는 형님께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쯧쯧...차라리 벼룩의 간을 떼어 먹지 참 별 사람 다 있네요"
이야기를 듣던 식당 아주머니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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