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몰라도 투표는 꼭 하겠다는 팔순 아버지

2010. 5. 10. 10:10세상 사는 이야기


5.8일 어버이날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형제들이 모두 모여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어버이날 고향을 찾은 이유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농사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연로하신 아버지 혼자 농사일을 할 수 없어 작물을 심거나 수확할 때처럼 손이 많이 필요할 때는 형제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하곤 합니다.
이번에도 어버이날을 맞아 고추와 감자 오이를 심었습니다.
팔순 아버지의 가장 큰 근심이 바로 제때에 농작물을 심는 것이었는데 아들 형제들이 모두 내려와 농사를 거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신듯 일을 하는 동안 늘 곁에 계셨습니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는 틈에 이런 저런 이야기중에 얼마남지 않은 지방선거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형님 동창과 내 동창이 단체장 후보로 나온 고향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물밑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혈연과 지연 그리고 각종 단체 모임에 얼굴을 알리려는 후보들 때문에 짜증스럽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팔순아버지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에 군수 후보가 몇명이냐?"
"예, 현재 네명이 출마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세요?"
"현군수가 공천에서 떨어졌다며? 군수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
"축협조합장으로 있던 형님 동창이 이번에 군수후보로 나왔고요 제 동창도 후보로 나왔어요..."
"그래,,,,둘중 누가 될것 같은데..."
"모르죠 그런데 형님 동창으로 나온 사람이 유리하다고 해요..."
"아버지는 이번에 투표할 사람 정해놓으셨어요?"
"아니...경로당에 많이들 왔다갔는데 가고나면 금새 까먹어 기억이 않나..."
"투표는 하실거예요?"
"그동안 한번도 빼놓지 않았는데 꼭 투표해야지..."
"조금 있으면 선거 홍보물이 나올거예요....그것을 찬찬히 둘러보시고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세요. 아버지!..."
"눈이 침침해서 못봐....돋보기 쓰면 금새 어지럽고...."
예전에는 선거에도 관심이 많았고 후보들 이야기에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셨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만사 귀찮아 하시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고혈압에 당뇨에 심신이 쇠약하시다보니 가족 이외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모언론 기사에서 그동안 치뤄진 선거에서 기호 1번이 당선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이번 지방선거처럼 1인 8투표제의 복잡한 형태로 치뤄지는 선거에서는 특히나 앞번호에 대한 당선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아버지처럼 연로하신 분들이나 참여에 의미를 두는 경우에는 무작정 1번을 찍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에 지역 후보로 출마한 한 의원후보자가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무조건 생각없이 아무 곳에 투표할 사람은 차라리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지방자치의회가 제대로 토착화 되려면 정당보다 지역을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희생할 수 있는 참일꾼을 뽑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팔순 아버지께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신중하고 의미있게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