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구박하던 시어머니 모시는 며느리

2010. 4. 19. 08:55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해 말 어머니 기일에 아들 4형제가 모두 모였을 때 일이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동생이 꺼낸 이야기에 화제가 집중되었다.
동생 친구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고향에 혼자 있을 수 없어 서울로 모셨는데 맞벌이로 어렵게 사는 친구가 어머니를 모시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치매에 걸린 동생 친구 어머니는 사실 내 친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친구 어머니는 늘 남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아들 친구들과 비교하고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고 또 아들이 결혼해서는 아들 자랑 며느리 자랑하는 것을 낙으로 삼으셨다.
동네에 일이 있거나 경로당에 나오는 날이면 너무 지나치게 자식 자랑을 해 마을 사람들은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곤 했다. 
아들이 사업에 성공해서 차를 바꾸고 달마다 용돈을 넉넉하게 보내준다는 이야기와 서울에 2층집을 샀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첫째 아들과 며느리 자랑을 하는 것과는 달리 둘째 아들 내외 그중에서도 며느리 구박이 무척 심했다.
마을 사람들은 인사성 밝고 착한 둘째 며느리를 칭찬하는데 친구 어머니는 정반대였다.
둘째 아들이 결혼 전에 임신을 한 것을 며느리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늘 아들 앞길을 막았다며 구박했다.
명절 때 세배를 가도 둘째 며느리는 마치 파출부처럼 늘 부엌에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쩌다 서울에 가도 둘째 집에는 알리지 않고 큰 아들 내외 집에 머물다 오곤했다.
사실 내 친구인 큰 아들은 처갓집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2층집을 산 것도 처갓집이 지방에 땅을 팔고 서울로 올라오며 산 것이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친구는 처가살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친구 어머니는 아들이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큰 아들만 내외만 떠받들곤 했다.
시어머니의 둘째 며느리 구박은 결혼한지 15년이 넘도록 변함이 없었는데 1년전 친구 어머니가 골다공증과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병원비 때문에 퇴원을 하게 되자 평생 시어머니가 떠받들던 첫째 아들과 며느리는 사업이 어렵고 처갓집에 같이 모실 수 없다며 둘째에게 떠넘겼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 간병인을 둘 처지가 못되는 둘째는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고 결국 며느리는 직장을 그만 두고 지금껏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문병을 갔을 때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치매가 심했는데 그 시어머니 곁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극진하게 간호하는 둘째 며느리를 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평생 떠받들던 큰며느리에게 외면 당하고 늘 구박하던 둘째 며느리의 간호를 받는 시어머니......
며느리를 구박했던 것조차 모르는 시어머니를 간호하는 둘째 며느리를 보며 요즘 보기 힘든 효부라고 입을 모았는데 이에 반해 병든 시어머니를 내친 큰 며느리가 너무나 괘씸스럽다며 마을 사람들 원성이 자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