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굶어죽은 고라니 한 마리

2010. 3. 18. 09:08사진 속 세상풍경

2010년 연초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로 영동지역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한달여 동안 쏟아진 눈의 양이 2m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눈이 쏟아졌는데 눈이 그친지 2주가 지난 지금도 산간지역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지난 주말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 계곡을 다녀왔다. 
이곳은 폭설이 내리면 교통이 자주 끊기는 곳이다.
양양읍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가야할 정도로 외딴 곳이지만 수려한 계곡물과 산세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고기가 많아서 어성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어성전 마을을 지나면 면옥치리와 법수치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계곡을 오른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별장과 펜션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러 각광받고 있다.
또 맑은 물과 공기 때문에 병을 고치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몇년전 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역시도 서울에서 큰 사업을 하다 당뇨와 고혈압이 심해 모든 것을 접고 이곳에 정착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생활하며 약초를 재배하는 지인은 도시를 떠난지 2년만에 몰라보게 건강이 호전되었다.


폭설 후 쌓였던 눈들이 이틀 동안 쏟아진 비로 법수치 계곡 물의 양이 몰라보게 불어났다.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에는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계곡을 찾아들어온 사람들로 붐비곤 한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지인은 서울로 출타중이었는데 눈이 많이 녹았다고 하지만 마당에는 눈이 가득했고 앞마당을 훤히 밝혀주던 전등불이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집옆 길가에는 폭설로 굶어죽었다는 새끼 고라니 한 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폭설이 내리자 설악산과 같은 유명산은 폭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곳은 미처 손길이 닿지 않아 많은 동물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쌓인 눈이 녹아내린 곳 한 켠에 파릇파릇 돌나물이 돋아나고 있었다.
예년에 비해 농사가 늦어질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듯 곳곳에서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눈 쌓인 법수치 계곡에도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