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눈을 가진 길고양이 알고 보니....
2010. 3. 11. 13:59ㆍ사진 속 세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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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사무실 가는 길에 가끔 만나는 길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예전 터미널 주변에는 여인숙과 상가들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빈 상가들도 많아졌고 폐허도 몇 채 남아있습니다.
이곳에 요즘 도둑고양이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사무실로 걸어 내려가는 언덕길에서 마주치는 이 고양이는 외양이 다른 고양이와 너무나 다릅니다.
고양이 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뻘 되는듯 털도 많고 수염도 아주 긴 이 고양이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작도 느리고 사람이 가도 잘 놀라지도 않습니다.
제가 이 고양이를 처음 본 것은 올 여름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무실에 함께 있는 사람이 가끔 이 고양이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뜨거운 여름 빈집 옆을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 사진을 몇장 찍어 두었습니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커다란 몸짓과 유난히 많은 털 때문에 흠짓 놀랐는데 사무실 직원이 이야기 하던 그 고양이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여름 오후 처마 밑에서 오수를 즐기려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 고양이의 별명은 바로 "12시 고양이" 입니다.
동그랗게 눈을 뜬 녀석의 눈동자를 보면 마치 두 개의 시계가 똑같이 12시를 가르키는 것처럼 보여 12시 고양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누가 별명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제가 봐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나흘 동안 내린 폭설로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없어 터미널 뒷쪽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향하다 창문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누군가 창문에다 고양이 인형을 놓은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 보니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더군요.
오른쪽 흰고양이는 파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까이 봐도 영락없는 고양이 인형 같습니다.
왼쪽 창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고양이는 그동안 길고양이로 잘못 알고 있었던 '12시 고양이'였습니다.
흰색 고양이는 집밖으로 나온 것을 본적이 없는데 갈색 고양이는 동네 마실을 잘 다녀 모두 길고양이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창문에서 눈이 내린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12시 고양이'를 보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빨리 내린 폭설이 녹아 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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