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로또복권 산 아내 이유를 알고 보니......

2009. 8. 24. 15:34세상 사는 이야기

여러분 혹시 복권 좋아하시나요?....
저는 요즘도 가끔 복권을 사곤 합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장씩 꼭 사던 버릇이 있었지만 결혼하고 난 후 아내의 반대가 워낙 심해 결혼 후에는 예전처럼 매주 사지는 않고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꿈을 꾸었을 때 복권을 사곤 합니다.


결혼하기 전 서울에 있을 때에는 복권 한 장으로 일주일간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복권을 사면 너무 요행을 바란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백원이나 천원을 투자해서 일주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중에 하나가 한때는 복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인데 지금까지 세 자리가 맞아 복권을 교환한 것이 최고의 당첨내역입니다....ㅎㅎㅎ
하지만 안돼도 내가 산 복권이 남을 돕는데 사용된다고 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복권을 살 때면 늘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사곤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즐겁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일부러 2주가 되도록 복권 당첨 번호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1등이 발표되었지만 내가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 기대는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2주동안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복권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복권이 당첨되면 제일 먼저 빚을 가리고 일부는 가족을 도와주고 불우이웃 성금도 내놓아야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복권이 당첨되면 몰래 외국으로 나가 평생 돈 걱정없이 멋지게 살아 보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견물생심이라고 갑자기 복권이 당첨되면 평소에 생각하던 약속을 지키기 힘들다고 하고 복권이 당첨되어 행복하기 보다는 불행해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복권이 욕심이 과하지 않은 사람에게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설이 너무나 길어졌네요....오늘은 며칠전에 있었던 아내의 꿈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며칠 전입니다. 아내가 아침 일찍 가야할 곳이 있다며 서두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오전 11시쯤 가게에 나가는데 이날은 아침 9시부터 서둘러 나가야 한다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어디를 가야하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우체국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저는 아주 중요한 일이구나 생각하고 말없이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차를 세우고 내린 아내가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가게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다름아닌 복권 가게였고 그동안 일등이 두번 나와 복권 명당이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평소에 복권을 사는 것을 질색하던 아내가 왠일일까?
복권이 아니라 다른 볼일이 있어서 들어간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슈퍼에서 나온 아내가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아니, 자네 복권 샀어?"
"응,..."
"아니 복권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복권은 왜 샀어?"
그러자 아내가 웃으며 이러더군요....
"나중에 이야기 해줄테니 더 이상 묻지마...."
저는 속으로 꽤나 좋은 꿈을 꾸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난생 처음 복권을 살만큼 아내가 꾸었던 꿈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일주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토요일 저녁 9시 무렵 퇴근한 아내가 지갑에서 나눔 로또복권 네 장을 내게 주며 컴퓨터에 당첨을 확인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니, 한 장도 아니고 네 장씩이나 샀다니.....'
그리곤 조심스럽게 컴퓨터로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허당이었습니다. 숫자 세 개를 맞은 것도 하나 없는 그야말로 꽝이었습니다.

'에이, 개꿈이었네 그거.........'
실망한듯 복권을 휙 집어던지는 아내.....
"아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꿈이었길래 그래"
"응, 난생 처음 똥꿈을 꾸었거든...밑도 끝도 없이 땅바닥에서 똥이 자꾸 솟아올라...밤새도록 손으로 퍼올렸는데...."
"결국 잠도 못자고 똥만 푼꼴이 되었네.....에이...."
"이 사람아, 걱정하지마...그 꿈은 복권 당첨 꿈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
"예전에 나도 변기에 똥이 넘치는 꿈을 꾸고 복권을 샀는데 다 꽝이더라구....그런데 대신 다른 일들이 술술 잘 풀리더라구..."
"이벤트에 응모하면 꼭 당첨되고...고객들이 엄청 많이 늘어나더라구....."
아,,,,그제서야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아마도 개꿈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복권 산 2만원이 아까웠던 아내에게 내 위로가 먹혔나 봅니다.
제 위로처럼 아내에게 언젠가는 똥꿈으로 인하여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