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이스박스에 소변을 본 까닭은?

2009. 7. 23. 23:56세상 사는 이야기

살다보면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시골 같은 경우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그럴 염려가 없지만 도시로 접어들 수록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끔 서울에 올라갈 때 마다 생리적인 욕구에 대한 압박감을 많이 느끼곤 합니다. 공중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들어가거나 식당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차량을 운행중에 생리적인 압박을 받았을 때는 정말 곤욕스럽기 이를데 없습니다.
오늘은 차량의 지체로 인하여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늘 가던 길로 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면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늘 속초에서 인제 홍천,양평을 거쳐 팔당대교를 건너곤 합니다. 중간에 시골 청국장 집에서 저녁을 먹고 양평의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그곳에서 꼭 화장실을 들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 뚫린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로 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쭉 뻗은 도로를 구경하느라 이곳 저곳 둘러보던 아내가 잠시 잠이 든 사이에 가평 휴게소를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어난 아내가 화장실을 가야겠다며 일어나더군요... 알았다며 다음 휴게소에 들릴 때 까지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가도 가도 휴게소가 나오질 않습니다. 참고 가다보니 어느새 남양주 톨게이트에 도착을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참고 가는 수 밖에 없더군요. 차들이 뒤이어서 오는데다 고가 다리로 이어진 곳을 지나 천호대교 쪽을 지나 종합운동장으로 향할 때 였습니다. 갑자가 도로가 꽉 막히며 차들이 앞으로 가지를 못합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새로 뚫린 고속도로로 가느라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 차가 밀리다니......


평소에는 종합운동장을 지나 성수대교 사이가 밀리긴 했지만 오늘처럼 아예 차량이 가지를 못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뒤에서 아내가 발을 동동 구릅니다. 급한 마음에 한강변으로 차를 몰고 가볼까 오른쪽으로 가보니 그곳도 차량들이 줄을 서 있어 갈 수가 없습니다. 도로 정체의 원인은 고장난 차량과 사고 차량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로변에 설치된 전광판에 나오는 것을 보니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앞뒤로 차가 꽉 막힌 상황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참는다는 것은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르죠....남자인 저야 참을 수 있지만 나이 오십이 되어가는 아내는 참는데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남자들이야 페트병이나 봉지 하나만 있어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신체구조상 쉽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생각하다 문득 차량 뒤에 있는 아이스박스가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낚시를 다닐 때 쓰던 것이었는데 고향에 갈 때 마다 싱싱한 생선을 그곳에 넣어가지고 다니느라 싣고 다니던 것이었습니다.
"아, 참 여보....차량 뒤에 아이스 박스가 있으니 우선 그곳에 급한 것을 해결하도록 해...."
"싫어,,,,조금 더 참아 볼래....."
"참는다고 될 일이 아냐 앞뒤로 막히 차량을 봐 동대문 운동장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참을 수 있겠어?..."
그제서야 차량 뒤에서 아이스 박스를 찾아 앞으로 꺼냈습니다. 참고로 제 차량은 스타렉스 9인승이라서 공간이 넓습니다.
아이스 박스를 앞으로 놓고도 아내가 선뜻 실행을 하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뭐해,,,,,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빨리 해결해야지...."
"옆에 차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 창문으로 다 들여다 보이잖아....."
"안에서는 밖이 잘 보여도 밖에서는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
그제서야 아이스 박스에 올라 앉는 아내......저는 라디오 볼륨을 살짝 올려주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해결하는데 1분도 채 안걸리더군요......
"시원하시겠습니다...마님...."
"응, ,너무나 시원하네....소피를 참느라고 배가 때끔때끔 했는데 해결하고 나니 말끔하게 사라지네......휴..."
그리고 약 40분 후에 동대문 운동장에 무사히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서울로 일을 보러 오신 분들 중에는 이런 생리적인 신호 때문에 곤란을 겪으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차량에 고립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고 시내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공중화장실을 찾아 헤맨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동대문 패션몰에 가면 화장실을 찾느라 애를 먹곤 합니다...대부분 여성들이 많은 곳이라 남자 화장실이 참 귀합니다. 지금이야 알고 가니까 그렇지 처음 화장실을 찾아 건물을 오르내리느나 식은 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한 달에 두어번 서울에 올라오지만 늘 차량들로 붐비고 정신없이 복잡한 이곳이 정말 싫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아니면 정말 서울에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나이 탓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 아이스 박스에 있던 아내의 비료(?)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가요?
새벽에 내려올 때 고향 풀밭에 잘 뿌려주었습니다......그때 아내는 정신없이 잠들어 있어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르지요...ㅎㅎ.
참고로 이 이야기는 아내에게 동의를 얻어 올린 글이니 다른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릴까? 했더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생리적인 일이고 법을 어겨 가며 노상방뇨한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역시 50대 아줌마다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이런 경험해 보신 적 없으신지요?
재미있는 뒷담화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