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을 급습한 경찰 이유를 알고 봤더니.....

2009. 7. 29. 09:28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동해안은 이상기온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늘 흐린 날씨 탓에 피서철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는데 피서를 온 사람들도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 못할 정도를 한기를 느껴 바닷물에 들어가기를 꺼릴 정도 입니다.
어제 모처럼 펜션을 하는 친구를 찾아 갔을 때에도 방이 절반은 비어 있더군요. 예전에 절반도 미치치 못하는 예약 때문에 근심이 많은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서울에서 온 손님과 가리비 구이로 술 한잔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세번째 친구집을 찾는다는 손님은 동해안 맑은 물과 싱싱한 횟감에 술 한잔 하는 맛에 자주 온다고 합니다.
친구와 나이도 똑같아 친구처럼 지낸다며 내게도 소개를 시켜 주었습니다.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건너편에 있는 당구장에 가서 2차로 생맥주 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씩 편을 갈라 팀플레이(일명 겐뻬이라고 하기도 하죠)를 하기로 했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당구를 자주 쳤지만 나이가 들고 부터는 당구장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또 함께 당구를 칠 사람들이 별로 없어 즐길 기회가 없던 터라 기분이 참 좋더군요.
요즘 많이 대중화되고 쟈넷리와 차유람과 같은 스타 당구인들 덕분에 TV에서 나오는 당구 경기도 자주 보았는데 그런 여파인지는 몰라도 당구장에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차는 당구장, 첫게임인데 ..
2차는 당구장, 첫게임인데 .. by thedaz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골이라서 그런지 당구장 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한 게임을 끝내고 두번째 게임을 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경찰 여섯명이 우르르 들이 닥쳤습니다. 
순식간에 들이 닥친 경찰은 갑자기 당구장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을 열더니 여자 경찰관이 카메라로 현장을 찍었습니다.
당구를 치던 손님들은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경찰에 어안이 벙벙해 게임을 중단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곳에서 도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명 바둑이라는 포카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현장에 있던 카드와 현금은 모두 경찰에게 압수 되었습니다.
당구장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게임을 하지 않고 구경을 했다는 사람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재미삼아 한 것을 갖고 뭘 그러냐며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질을 내며 밖으로 나가는 사람등 너무나 어수선 했습니다.
예전에 고향에도 이런 경우가 참 많았는데 아직도 이런 곳에서 도박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습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재미삼아 시작한 포카게임이 나중에는 헤어나오지 못할 도박 중독이 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고 나역시도 그런 일이 있었던 터라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박에 빠진 남편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하고 신랑 손목을 자른다고 식칼을 들고 난리를 쳐도 도박을 끊지 못한 선배는 결국 이혼을 당하고 술과 도박에 빠져 살다가 병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들이닥친 경찰관이 사정하는 동네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뻔히 아는 동네에서 도박을 한다고 일부러 잡으러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백원짜리든 천원짜리든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을 해야 합니다. 신고가 들어왔는데 가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곤란을 겪게 됩니다...."
서로 뻔히 아는 사이지만 신고가 접수된 이상은 봐줄수 없다며 방에 있던 사람들 모두 경찰서로 가고 난 후에 조용해졌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당구를 치던 손님들도 어느새 모두 당구장을 모두 빠져 나갔습니다.
재미삼아서 하든 돈을 걸고 하든 횟수가 잦아지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오늘 같은 경우도 돈을 잃은 누군가 화가 나서 신고를 했거나 도박을 하는 것이 꼴보기 싫어 누군가의 아내가 신고를 했을 것이라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당구를 치러 갔는데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이런 일이 생길건 뭐람......."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당구장을 빠져나오며 투덜거리는 손님들.....나 역시도 똑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