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온 찰옥수수 직접 삶아보니.....

2009. 8. 1. 09:39세상 사는 이야기

해마다 이맘때면 고향에는 옥수수가 지천으로 널리곤 했습니다. 특히 고향 홍천에는 가는 곳 마다 옥수수를 많이 심었는데 요즘은 옥수수 축제를 열만큼 지역 특산물로 효자노릇을 한다고 합니다.
내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벌써 40년이 훌쩍 넘었을 그때도 지금처럼 집집마다 옥수수를 심곤 했습니다. 물론 그때야 먹을 것이 없어서 허기를 채우느라 옥수수를 심었고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또는 추억의 음식으로 많이 재배를 한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라고는 보리밥과 옥수수 밖에 없던 시절 검정 고무신을 신고 놀다 들어오면 가마솥에 어머니가 쪄놓은 옥수수가 그득하거나 감자와 함께 버무린 범벅이 놓여있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맛이 가장 맛있고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저 또한 객지에서 살다보니 고향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고향도 이미 변해버려 옛 흔적을 찾기 힘들고 그나마 남아있는 초등학교도 이제 곧 폐교될 운명에 처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우울해집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팔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새 많이 쇠약해지신듯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뙤약볕에 농사를 지시느라 많이 지치신듯 합니다.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던 말미에 아버지가 택배로 옥수수를 보내신다고 하더군요.
"아버지, 힘들게 보내지 마시고 그냥 파세요. 먹고 싶으면 여기서 사 먹으면 되죠 뭐......"
"아니다, 그래도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인데 맛이나 보렴 백 개를 보낼테니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어라..."
"그럼 오십개만 보내 주세요. 아버지......"
그리고 어제 택배가 도착을 했습니다. 
홍천에서 택배를 부쳤는데 물건이 서울로 돌아서 속초로 오느라 이틀이 지났습니다. 


자루에 넣어서 보내주신 옥수수....파란 옥수수를 보는 것만으로 입맛이 당깁니다. 하지만 이제껏 옥수수를 직접 삶아 본 적이 없어 난감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가마솥에 끓이던 모습은 많이 보았는데 그때 자세히 알아 두었으면 어머니 손맛이 나는 옥수수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요즘 시중에서 옥수수 수염차가 인기라며 옥수수 수염을 따로 분리해달라는 아내......이뇨제와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리에 따로 옥수수 수염을 모아 놓았습니다.


탱글탱글 잘 여문 찰옥수수를 잘 벗겨낸 후 그릇에 넣고 물을 3분의 1가량 넣었습니다. 그리고 소금과 설탕과 당원을 약간 넣었습니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끈적거려 먹기 불편해 당원을 넣는데 많이 넣으면 몸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던 방식대로 끓여보기로 했습니다.


센불에 약 2~30분간 끓이다 중불에 10분 그리고 약한 불에서 10분을 끓였습니다. 수시로 배어나오는 하얀 김의 냄새를 맡으며 잘 익었나 확인을 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쪄주시던 맛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어 냄새만 맡아도 옥수수가 익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다 익을 무렵이면 특유의 옥수수 향이 코끝에 진동합니다.
처음 삶을 것이지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주 달지도 않고 찰옥수수 특유의 찰진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바로 쪄서 먹는 그맛.....고향에서 직접 온 것이라서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바로 찐 옥수수를 아내의 가게로 가져가 여러사람이 나누어 먹고 나머지는 저와 아들 둘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 어떤 음식보다 맛이 좋은 이유는 팔순 아버지가 정성스럽게 키운 고향의 옥수수고 난생 처음 제가 삶은 첫 옥수수였기 때문에 그 맛이 더 각별했습니다.
맛있는 옥수수를 먹고 있으려니 불쑥 고향에 가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