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친구와 오줌을 마신 사연

2009. 8. 7. 14:09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산과 바다 계곡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피서가 절정을 이루고 있지만 올해는 이상 기온 때문에 물놀이를 즐길 때 추위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저온현상으로 농작물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보도를 들을 때 마다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피서철이 한창일 때 피서지에 사는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물론 친척이나 지인들이 찾아오는 경우라면 할 수 없이 바다나 산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집에서 조용히 피서를 즐기곤 한다. 왜냐하면 사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피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 가는 곳 마다 차량이 지정체되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다 그 속에 함께 묻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피서철만 되면 생각나는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고등학교 다닐 때와 졸업하고 대학 다니던 시절 여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오늘은 그중 추억의 한 토막을 꺼내보려 한다.
그때가 1970년 후반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였었다.
당시 동네에서 가장 좋은 계곡에는 커다란 원두막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늘 동네 어르신들이나 형들이 천렵을 즐기는 곳이라 언감생신 우리는 그곳에서 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늘 우리는 앞 개울가나 다른 곳으로 피서를 가곤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여름을 멋지게 보내자며 친구들과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약 30분 거리에 있는 00계곡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텐트와 부식 그리고 동네에서는 눈치 보여 마음대로 마시지 못했던 술을 배낭에 넣고 당시 필수품이었던 휴대용 오디오와 키타를 둘러매고 시내버스에 올랐다.

                                                                  <아직도 고향 창고에 남아있는 그때 당시의 기타....>

당시에는 시내버스에도 안내양이 있었던 때였는데 날마다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때라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누가 짖꿋은 학생인지 누가 참한 학생인지 한눈에 꿰뚫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탄 차에는 친구녀석과 너무나 잘 아는 안내양이 타고 있었는데 가는 내내 영업이 끝난 후 놀러오라고 수작을 부렸는데 휴가가 끝날 때 까지 친구가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바위가 있는 곳을 지나 물이 얕은 곳으로 해서 강을 건넜다.
그곳은 바위가 있는 쪽은 수심이 깊어 메기나 꺽지 등 고기들이 많아 밤에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었는데 이와 반대로 건너편에는 물이 얕고 모래가 깔려 있어 마치 바닷가 해수욕장을 연상 시켰다.
짐을 옮기려고 강을 건너려고 할 때 강건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친구들과 함께 한꺼번에 짐을 들고 강을 건널 수 없어 두 번에 나누어 짐을 옮기고 나서 먼저 텐트를 치려고 자리를 물색할 때 였다.
먼저 강의 상류쪽으로 올라간 친구가 손짓을 했다.
"야, 모두 이리와 봐....여기 텐트치기 딱 좋은 곳이 있어...."
그 소리를 듣고 짐을 들고 그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은 조금전 강을 건너간 사람들이 놀고 간 자리인듯 텐트를 쳤던 자리도 있었고 모닥불을 피웠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곳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짐을 풀고 있는데 또 친구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야, 이리와 봐 여기 누가 맥주를 남겨 놓고 갔어..."
 마침 뜨거운 뙤약볕 아래 짐을 옮기느라 갈증이 났던 터라 부리나케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버드나무 옆에 맥주 한 상자가 놓여있었다. 
대부분 뚜껑이 열린 빈 병이었는데 한 병은 뚜껑이 그대로 닫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짐을 옮기느라 힘들었는지 벌써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나와 친구 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맥주병을 들고 입으로 병을 땄다.
뚜껑이 왜 이렇게 쉽게 열릴까 의심할 여지도 없이 먼저 친구가 벌컥벌컥 들어 마시다 내게 병을 건넸다.
"야, 날이 뜨거워서 그런지 맥주맛이 이상한데........"
친구의 말에 병을 입에 물고 두어 모금을 마셨는데 정말 맛이 희안했다.
"야, 이거 상한 맥주 아닐까?....."
당시 소주와 막걸리는 마셔본 기억이 있었지만 병맥주를 마셔본 기억이 없는 친구와 나는 그때 까지도 그것이 오줌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입안에 남았던 맥주를 모두 뱉어내고 맥주 상자에 다시 맥주를 넣어두었다.
잠시 후 수영을 마친 친구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중 술을 가장 잘 마시고 술에 대해 잘 아는 친구에게 버드나무 옆 맥주 상자에 있던 맥주 이야기를 했더니 금새 얼굴에 화색이 돌며...
"흐흐...어디 있는데 가 보자!!!!.....그러지 않아도 지금 갈증이 나서 죽겠는데 맥주라니......."
그리고는 맥주 상자가 있는 곳으로 가 아까 마시던 그 맥주병을 친구에게 건넸다.
친구 녀석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벌컥벌컥 들어마시다 갑자기 '우엑' 소리와 함께 구역질을 하며 강으로 냅다 뛰어갔다.
"야,,,왜 그래..."
연신 웩웩 거리며 강으로 달려간 친구 녀석은 강물을 두손으로 연신 퍼먹었다...
그리곤 잠시 후 얼굴이 빨개진 채 걸어오며 하는 말......
"야, 붕신들아.....저거 맥주가 아니라 오줌이야........"
"아까 우리가 강을 건너기 전에 돌아가던 사람중에 누군가 일부러 오줌을 누고 병뚜겅을 닫아 놓은 것 같아......"
그말을 듣자 아까 먼저 그것을 마셨던 친구와 나는 뒤늦게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우웩~~~~우웩~~`"
친구와 똑같이 강으로 가서 강물을 퍼먹으며 입을 헹궈냈지만 이미 마신 오줌은 뱃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야..괜찮아 오줌도 약에 쓰인다고 하더라 죽지는 않을거야.....아니 더 오래 살지도 몰라......"
옆에서 놀리던 친구들이 왜그리 얄밉던지......
그날 저녁 모닥불을 피워놓고 키타를 치며 함께 노래 부르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최헌의 "오동잎' "앵두" 윤수일의"아파트" 김태곤의 '망부석" 샌드패블즈의 '나 어떡해"라이너스의.'연' 이명훈의 '그대로 그렇게'등은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다.
난생 처음 의도하지 않게 오줌을 마신 덕분일까?.....친구와 나는 아직도 그때의 추억과 함께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고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회포를 풀곤한다.
"우리 그때 남들보다 먼저 요로법을 경험한 거야....그래서 이렇게 건강한 것 같지 않아?...."
친구의 농담 속에 밀려오는 피서지의 추억.......정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