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7. 08:24ㆍ세상 사는 이야기
토요일 아침부터 이곳 저곳 다니느라 점심을 놓쳤다. 감자옹심이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는 후배로 부터 오래간만에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마침 하루종일 비가 내려 술 생각 나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단골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후배는 중간고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스승의 날 체육대회 까지 하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다고 한다.
얼큰한 파전에 막걸리를 시켜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독서실에서 밤 12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느라 늘 잠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자 대부분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니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밤새도록 게임을 하다 수업시간에 코를 골며 자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졸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냐고 물었더니..초창기에는 학생이 안쓰러워 그냥 놔두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연쇄반응이 나타나 잠을 자는 학생들이 늘어나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스님들이 쓰는 죽비를 쓰기도 했지만 체벌로 여겨 기분 나빠하는 학생들 때문에 그만두고 졸린 학생들은 몰래 나가 세수를 하고 오도록 하기도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고 한다. 쏟아지는 잠을 쫓을 수 없고 계속 조는 학생들 졸음을 쫓다보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력이 떨어져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수업에서의 최대의 적은 졸음이라고 생각한다는 후배는 학생들이 쏟아지는 잠을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뿐만아니라 방과 후 집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학원청소년상담원의 분석에 따르면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의 경우 세가지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공부에 관심을 잃은 경우와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루한 수업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에 관심을 잃은 경우에는 공부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거나 특정과목을 싫어하거나 공부에 흥미를 잃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한다거나, 인터넷을 통해 채팅이나 오락에 매달리는 경우와 이미 학원에서 모두 배운 내용이라 집중하지 못하고 잠을 자는 경우라고 한다.
지루한 수업방식 때문에 잠을 자는 경우는 누구나 학창시절에 겪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이거나 아주 무서운 선생님인 경우에는 아무리 잠이 쏟아져도 참는다고 한다.
후배 교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너 요즘 학교에서 자주 존다며?"하고 묻자 대뜸 "누가 그래요?"한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고 하니 밤늦도록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을 의식한듯 "조금 밖에 안 졸아요"한다.
일전에 게임중독 때문에 컴퓨터를 빼앗겼던 경험이 있던 아들은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고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아이 방에 컴퓨터를 다시 놓아주었다.
그후 혹여 다시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 했는데 1학년 말까지는 약속을 잘 지켰으나 근래에 들어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밤늦도록 게임을 하지말고 정 하고 싶으면 주말에 하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럴 때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들..... 학교에서 날마다 잠을 자는 학생중에 하나가 아닐까 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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