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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성공한 아들 혹시 운동중독증 아닐까?

2009. 5. 20. 15:52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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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무려 10년만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8살때 비만 판정을 받은 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 꼭 10년만의 쾌거다. 그동안 아들 보는 앞에서는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지 못했고 주체하지 못하는 식성 때문에 아들도 늘 괴로워했다.7살 때 까지는 무척 호리호리 했었는데 학교를 들어가기 전 겨울방학 때 할머니가 오시면서 부터 아이의 식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활동량이 적은 겨울에 할머니의 맛난 솜씨로 만들어 주시는 온갖 간식을 먹으며 배를 불리기 시작한 아들을 보며 걱정을 하자 어머니는 아이들 뱃고래를 늘려놓아야 많이 먹고 쑥쑥 자란다며 개의치 말라 하셨다. 크면 다 쏙 빠지니 걱정하지 말라던 살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이스트를 넣은 빵처럼 부풀어 올라 아이 조차도 힘들어할 지경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살 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아들의 일기......>
 
 초등학교 2학년 때 고도비만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후 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늘 괴로워했다.하지만 살을 빼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한창 먹고 커야할 시기에 땡기는 음식을 마다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고 맛난 음식 앞에서 아들의 의지는 늘 꺽이기 일쑤였다. 이런 아들이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아내와 나도 모르게 독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운동은 바로 걷기였는데 집에서 왕복 4km되는 학원을 몰래 걸어다녔다. 당연히 학원 차를 타고 다니는 줄 알았던 아들이 걸어서 학원을 다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퇴근하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들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그때는 이미 아들이 학원을 걸어다닌지 3개월이 지났고 살도 85kg에서 5kg이 빠졌다고 했다.살을 빼게 된 동기는 아마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친구들로 부터의 놀림과 왕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시작된 아들의 살빼기 운동은 겨울방학에 접어들면서 점점 강도게 세졌다. 아침과 저녁 운동도 모자라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영랑호수를 한 바퀴씩 돌곤했다. 음식도 돼지고기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던 녀석이 점차 고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몸에서 살이 빠져나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 아들은 자신의 방에 체중계를 들여놓고 마치 운동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듯 날마다 체중을 관리했다.

                                            <아들이 애지중지 여기는 다이어트 도구들.....참 실속있는 다이어트 도구들이다..>

 이런 노력으로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에는 75kg로 빠졌다.공부보다 운동에 더 열중하는 아들 때문에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과는 달리 아들은 농구공과 유니폼까지 맞추며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길거리 농구대회를 나간다는 것이었다. 어떤 때에는 퇴근 후 술한잔 하고 밤 10시에 집에 들어와 아들과 함께 영랑호를 함께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를 가고 난 후 포기하고 말았다. 어두컴컴한 곳에 휴대폰에 내장된 후레시 기능으로 산길을 돌아 영랑호 농구장에서 혼자 농구를 하는 아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농구 유니폼을 입고 혼자 농구하는 모습을 보다 함께 잠시 뛰어보니 숨이 차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약 40분간 땀이 뻘뻘 흘리며 농구를 하는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너 맨날 여기서 혼자 농구하냐?"
"예,다른 애들은 이시각에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할 애들이 없어요.."
"혼자 뭔 재미로 하냐 달밤에 체조하는 것도 아니고...그리고 무섭지 않냐?".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안나오면 몸이 근질근질 거려서 조금이라도 하고 가야 마음이 놓여요..."
이렇게 꾸준하게 아니,.지나치게 운동에 집착한 아들은 고2 올라가면서 65kg까지 몸무게가 줄었다. 아내와 나는 이제 그만 하라는고 채근했지만 아들의 목표는 무려 55kg까지 뺀다는 것이었다. 지금 키가 175cm에 65kg가 정상이라고 해도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싶다는 아들의 고집을 꺽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올해 새로산 바지와 작년에 입었던 바지 1년 사이 걷기와 농구만으로 10kg을 뺐다.>

 2학년 올라가면서 1년만에 교복도 모두 새로 샀다.나중에야 아들이 운동중독증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고 점차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들의 방에는 늘 아령과 줄넘기 근력기가 있다.이제는 살이 졌을 때 보다 오히려 너무 빠져 걱정하는 아내....아들이 살을 빼려고 시작한 동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그것은 살을 빼야한다는 강한 동기부여와 확고한 의지와 실천 덕분이지만 이제는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살이 빠지는 것은 용납할 수 있어도 빠진 살이 찌는 것은 절대 용납이 안된다는 것이다.
다니던 학원도 모두 접고 독서실만 다니며 운동에 열중하는 아들....다이어트 할 때처럼 강한 의지와 실천력으로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하는 아내..두 모자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야하는 나는 괴롭지만 늘 자신의 의지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들이 대견스럽다.
앞으로 운동량을 조금만 줄이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강한 동기부여와 확고한 의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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