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잃을 뻔 했던 주식 몰빵의 비애

2009. 5. 22. 06:49세상 사는 이야기

나는 아직도 주식 몰빵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주식을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무렵이었다. 학생들에게 논술의 일환으로 모의주식을 강의하면서 증권서적을 사다보면서 부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팍스넷이라는 증권사이트를 통해서 카페에도 가입하게 되었다. 밤마다 채팅을 통해서 시삽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다른 회원과의 교류와 모의주식 투자를 통해서 실전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의 학부형이 1997년 부터 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의 주식을 사두면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며 확실한 매니저의 정보라며 추천을 했다.하지만 당시 아내가 프랜차이즈 아동복 대리점을 하다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바람에 투자금을 몽땅 날려버린 후라 투자할 돈이 없어 관망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학부형의 말처럼 현대전자의 주가가 15000천원에서 4만원까지 급상승하며 10만원을 돌파할 듯 보였다. 하지만 40750원의 고점을 마지막으로 추풍낙엽처럼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주식은 2001년 800원까지 떨어져 버렸다.한곳에 몰빵했던 학부형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학부형이 추천한 현대전자를 사는 대신 300만원을 갖고 데이트레이딩을 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본 나는 3년만에 1000만원을 만들었다.하지만 날마다 반복되는 데이트레이딩에 대해 스트레스와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다른 직업을 갖고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갈등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종목이 대우전자였다. 당시 모 지역의 대우전자  점장(엄밀하게 말하면 하이마트)이 신제품이 나오면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관리종목에서도 벗어날 것이라며 절대 망하지 않을테니 투자해보라고 권유했다.현재 대우전자가 관리종목 상태지만 무세제 세탁기가 판매되면 엄청난 파급효과와 함께 주가도 급격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고민 끝에 저가 매수를 시작했고 친구도 나와 점장의 말에 대우전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주식투자의 흔적들...늘 갖고 다녔던 큐스탁과 팍스넷 동호회 참석 했을 때의 명찰>

이미 연초에 6000원대 였던 대우전자 주식은 1500원대까지 주저앉아 대부분이 소액주주들이 물타기를 하는 시점이었고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많은 카페 회원도 대우전자 제품에 대한 기대로 가득찼다.당시 개발한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가 특수 전기분해장치를 통해 일반 수돗물을 세탁과 살균에 필요한 세탁이온수로 변화시켜 의류에 묻은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세균을 살균하는 방식이라서 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피부질환 문제들이 해소되고, 세균과 박테리아까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세탁력도 탁월해 단백질이나 식물성 지방오염물의 경우, 세제를 사용하는 세탁기보다 15~20% 가량 성능이 뛰어나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대부분 대우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들도 이 제품에 사활을 걸었다.당시 산업자원부의 신기술 인증과 미국 특허에 이어 세계 60개국의 특허출원등 외양적으로 봐도 대단한 발명품으로 여겨졌다.결국 종자돈 1000만원과 가게 보증금으로 놓아두었던 1000만원을 합해 2천만원을 투자했고 죽마고우 친구도 내 이야기에 솔깃해 2천만원을 투자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선택이었지만 당시에는 회원들 모두 대우전자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맹신을 하고 있었고 무세제 세탁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몰빵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중에는 당시 관리종목이었던 모나리자에 몰빵했다 나중에 작전세력에 걸려 엄청난 손실을 본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 역시 대우전자는 반드시 회생할 것이라 철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설명과는 달리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고 결국 2002년 3월 15일 증권거래소는 대우전자의 주식을 상장폐지시켰다.1998년 몰아친 IMF 외환위기로 시작된 자금압박과 경영부실로 1999년 2조92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00년 1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2년 연속 자본잠식과 외부감사의 감사의견 거절과 함께 상폐 수순으로 15일간의 정리매매를 거쳤는데 정리매매 기간에도 세력들의 농간으로 널뛰기 장세를 보인 대우전자 주식은 마지막날 460원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정리매매 기간 동안 내내 고민하다 여기저기서 끌어들였던 2만여주를 결국 마지막날 모두 던져 버렸다.
평균 2000원대 매입 약 4천만원 넘게 투자했던 돈이 달랑 900여만원 남았고 이마저도 함께 투자했던 친구에게 모두 돌려주었다.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나로 인해 투자한 것이었고 이런 일로 인해 친구마저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투자에 대한 결정을 친구가 내렸고 진행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친구는 네 탓이 아니라며 남은 돈의 절반을 내게 돌려주었다.당시 친구는 부동산 투자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던 터라 주식에 투자했던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미안해 할까 오히려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던 친구... 지금도 주식과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 마다 가장 친한 죽마고우를 잃을뻔 대우전자가 생각난다.......성격상 주식을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친구의 말대로 그후 주식에서 손을 뗐고 주식에서 손을 떼고 나니 그동안 주식에 몰입해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들이 하나 둘 되돌아 왔다.
늘 숨막히게 시간에 쫓기며 살던 것에 비해 한결 여유롭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력도 없는 것이 겁대가리 없이 대들었다 머리통 깨졌던 주식 .......친구와 술자리를 가질 때면 안주삼아 꺼내보는 주식 몰빵의 비애.........지난해 바닥을 치고 다시 주식시장이 꿈틀거린다는 뉴스를 보며 문득 속터지던 그때의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