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아주머니가 수업에 늦은 이유

2009. 4. 15. 10:25세상 사는 이야기

약 2개월간의 요양보호사 교육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처음에 막연하기 시작했던 교육이었지만 수업이 거듭될 수록 노인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노인들의 문제가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머지않아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이번주면 모든 수업이 끝나게 되는데 함께 수업을 받는 사이사이 그동안 요양원에서 근무하거나 재가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현장체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며칠전에 있었던 파킨슨병 환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요양보호사 교육을 받는 사람중에는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중 한 아주머니가 2시간이 끝난 후에 교실로 들어섰다.몸이 축쳐진 채 들어선 아주머니의 지각 이유는 바로 파킨슨병 환자의 환각증상 때문이었다.서울에서 치료를 받다 지금은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환자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말이 없다 가끔 심한 환각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이날도 환자의 간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환자가 방안으로 뱀이 기어들어왔다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고 한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는 뱀이 자꾸 방안으로 기어들어온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안정을 시켜 주려고 말을 건네며 이불에 손을 대기라도 하면 자지러질 듯 괴성을 질러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동안 이 환자는 환각이나 망상증세가 일어날 때 마다 구급차를 부르곤 했는데 이제는 일년 이용일 수를 다 사용해서 구급차를 부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환자의 환각증상은 이것뿐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벌레가 기어간다며 옷을 찢고 화장지로 몸을 심하게 문지르기도 하고 또 벽에 누군가 서있다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환자의 방에는 가스렌지나 가위,칼 등 화재 위험이 있는 물건이나 자해할 수 있는 도구를 모두 치웠다고 한다.이상한 것은 환각증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너무나 맑고 순한 눈빛이라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경직, 떨림, 몸의 움직임이 느리거나 줄어들고,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거나 보행장애 등
일차적 증상들을 넘어서 우울증과 언어장애,안면검축(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눈이 감기는 증상) 침흘림과 수면장애로 인해 고통을 받지만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와는 조금 다른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때는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때 마다 예전에 지나친 약물중독으로 인해 환각과 망상이 깊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한다.파킨슨병의 1차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신경세포인 흑질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약물치료 중에 알탄(artane), 코젠틴(cogentin), 아키네톤(akineton) 등의 항콜린 약제들은 부작용으로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정신기능의 이상 등이 자주 나타나므로, 60세 이상의 노인이나 이러한 증상들이 이미 나타나 있는 환자들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동안 전 세계 헤비급 참피온이었던 무하마드 알리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 주변에도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에 교육원생 모두 무척 놀랐다. 이날 지각한 이유를 이유를 밝히며 시작된 파킨슨병 환자 이야기는 곧 모든 교육원생이 현장에서 겪을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 자신의 본분을 다한 아주머니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